순항을 지속하던 델의 중국 비즈니스가 기로에 섰다.

PC업체인 델의 중국법인은 지난 2분기에 매출이 31% 늘어났다고 19일 발표했다.

같은 기간 미국법인은 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델 중국법인은 1분기에도 29%의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이렇게 잘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각종 내우외환이 겹치면서 기업 이미지와 역량에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델 중국법인의 CEO급 인사들이 잇따라 자리를 옮기고 있다.

그것도 중국기업으로서 중국 PC시장의 최강자인 레노보로 건너갔다.

델 차이나 사장이었던 데이비드 D 밀러(42)는 지난주 레노보 아시아태평양부문 사장으로 명함을 바꿨다.

델의 전 아시아태평양부문 사장이었던 빌 아멜리오는 작년 말 레노보의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겼다.

델의 중국법인을 직간접적으로 책임지던 고위 인사들이 경쟁업체로 입성하면서 중국지역 전략 등이 고스란히 노출될 위기에 놓였다.

이보다 더 큰 걱정거리는 기업 이미지의 타격이다.

광고한 상품과 실제 판매한 상품의 내부 부품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랩톱에 인스피론 640M의 프로세서를 사용했다고 광고했으나 실제는 다른 값싼 모델이 들어있었던 것.

델측은 제품구성을 바꾼 뒤 이를 광고에 반영하지 않은 단순 실수였다며 전액 환불해주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심상치 않다.

상하이법원과 샤먼법원에 19명의 소비자가 이 문제와 관련해 소송을 냈다.

차이나데일리는 앞으로 대규모 소송 사태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소니의 불량배터리 문제까지 겹쳤다.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다.

델측은 그러나 하반기에도 좋은 실적을 올릴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인텔 대신 AMD의 CPU를 사용하는 제품을 조만간 선보이면 가격이 크게 낮아져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가의 우량한 제품으로 각종 악재를 정면돌파한다는 전략이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