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번 사장님,조커 4개 나와 35만점 당첨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20일 오후 2시 서울 강남역 근처에 있는 '바다이야기' 게임장. 56번 게임기에 '잭팟'을 알리는 불이 들어오자 여성도우미가 장내 방송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주변에 있던 손님들은 잭팟이 터진 게임기 뒤로 몰려들며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

도우미는 해당 손님에게 자양강장제 한 병을 서비스로 줬다.

바다이야기가 노무현 대통령의 조카인 노지원씨와의 연계설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게임장 안에는 일요일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20명 남짓의 손님이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게임장 종업원 김모씨(26)는 "평소 일요일 오후보다 손님이 많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김씨는 "손님은 토요일에 가장 많고 일요일은 적다"면서 "시간대 별로는 오후 7시에서 12시까지가 가장 붐비며 이 때 총 100대의 기계 중 60대 정도가 돌아간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노지원씨와 관련된 보도가 나오기는 하지만 며칠 새 손님들이 줄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자가 들어간 게임장은 두 개의 층으로 이뤄졌다.

대부분 40~50대 중년 남성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젊은 여성 두 명이 게임에 몰두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줄담배를 피우며 게임을 하던 50대 남성은 "심심풀이로 시작했는데 중독이 됐는지 하루에 한 번은 꼭 온다"면서 "하루에 150만원 이상 잃은 적도 많으며 100만원짜리 잭팟이 터지기도 했지만 게임을 계속하는 바람에 다 잃었다"고 말했다.

점심도 거르고 게임을 하고 있는 임모씨(29·여)는 "친구따라 한번 왔다가 거의 매일 출근도장을 찍다시피 하고 있다"며 "게임장에 들어오면 2∼3시간은 게임기 앞에 앉아있게 된다"고 말했다.

게임때문에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그는 "그런데 요즘 뉴스에 바다이야기가 자주 나와서 꺼림칙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게임을 해봤다.

1만원짜리 지폐를 화면 우측 아래에 있는 투입구에 넣자 게임이 시작됐다. 한 번에 100원씩 베팅이 돼도록 설정돼 있었고 1점당 1원에 해당하는'상품(gift)'점수가 화면에 표시됐다. 종업원은 베팅 버튼을 눌러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일회용 라이터를 버튼 위에 올려줬다.

게임장 종업원 최모씨(28·여)는 "상품점수가 5000점 이상이 되면 상품권이 게임기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장소를 묻자 "규정상 종업원이 말해 줄 수 없다"면서 "손님들에게 물어보면 위치를 알려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는 점수 1500점을 얻었으나 상품권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1만원을 잃는 데 단 15분 걸렸다.

상품권을 바꾸는 환전소는 게임장에서 1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허름한 가건물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며 부업으로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주는 곳이었다. 1주일에 한 번 정도 게임장을 찾는다는 손님 강모씨(32)는 "5000원짜리 상품권을 바꾸려면 수수료 500원을 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4500원"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