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열린 펩시의 사내 이벤트. 최고 재무책임자(CFO)가 연단에 올랐다.

그의 복장은 인도 전통복장인 '사리'.그는 CFO답게 "펩시가 놀랄 만한 진전을 이뤘지만 여기서 멈춰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 느닷없이 인기가요 '데이오(Day-O)'를 선창함으로써 종업원들의 합창을 이끌어냈다.

자칫 딱딱해질 뻔했던 행사는 펩시가 코카콜라를 누른 기쁨 만큼이나 열정적으로 진행됐다.

파격을 주도했던 이 여성 CFO가 바로 얼마전 펩시를 이끌어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드라 누이(50)다.

그의 아메리칸 드림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인도에서 대학(마드라스대)을 마친 후 대학원(예일대) 진학을 위해 유학한 전형적인 인도여성이라는 점이다.

행사때는 인도 전통복장을 즐겨 입고 집에 힌두교 의식을 위한 별도 공간을 마련할 정도로 인도에 애정이 깊다.

이런 여성이 세계적인 기업의 CEO가 됐으니 월가의 관심도 대단하다.

그의 성공스토리가 인터넷사이트 여기저기에 떠돌고 있는 정도다.

물론 평가절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농약 콜라' 파동으로 인도진출에 제동이 걸린 펩시가 돌파구로 그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이의 출세기를 보면서 부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도는 이미 라케시 강왈 전 유에스항공 회장과 라자트 굽타 전 매킨지 회장,짐 와디아 아더앤더슨 회장 등 내로라하는 회사의 CEO를 배출했다.

멕시코에 이어 미국내 이민자가 많은 중국(240만명)도 미국 281위 기업인 화장품업체 아본의 CEO인 안드레아 정을 비롯 상당수 미국기업 CEO를 만들어냈다.

물론 우리나라도 미국내 여러 분야에 손꼽히는 인재를 배출한 건 사실이다.

김도우 메릴린치 글로벌마켓 사장 등은 CEO 자리에 근접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500대 기업의 CEO는 없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이후 복구논의가 한창이다.

미국에서 모인 이스라엘 복구자금은 2억달러나 된다.

반면 미 적십자사에 모인 레바논구호자금은 8만여달러에 불과하다.

정·재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대인의 힘' 덕분이다.

미국 이민 100년이 넘은 우리 동포들의 힘도 상당하다.

이제 '한국판 인드라 누이'가 나올 때도 됐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