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6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을 취재하기 위해 항공편을 알아보던 중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시애틀로 가는 직항편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밖에 없었다.

미국은 노스웨스트만 일본 도쿄를 경유하는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지난 6월 열렸던 워싱턴 1차 협상때도 마찬가지였다.

직항편은 대한항공밖에 없었다.

시애틀은 지난해 13만명이 오간 노선이다.

워싱턴(12만명)도 마찬가지다.

왜 미국 항공사들은 이런 황금노선을 포기했을까.

궁금해서 더 찾아보다 한·미 노선의 항공승객 점유율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양국을 오가는 승객의 92.8%가 우리 국적기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있었다.

아메리칸에어 노스웨스트 유나이티드에어 델타 등 수많은 미국 항공사의 점유율은 7.2%에 불과했다.

"한·미간에 오픈스카이(항공자유화)가 이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항공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1998년 항공자유화협정에 따라 한·미 노선은 운항능력만 있으면 제한없이 취항할 수 있도록 완전 개방됐다.

우리 항공사는 이를 기회로 서비스와 가격 경쟁력 향상에 힘을 기울여 손님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국적항공사의 점유율은 1992년 49.6% 등 1990년대 초반까지 미국계에 뒤졌으나 오픈스카이가 가시화된 1997년 83.4%로 치솟았고 이후 10% 포인트 더 올랐다.

1997년 미국측 요구로 한·미 항공회담이 시작되자 국내엔 "미국의 대형 항공사에 시장이 잠식될 것"이라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8년이 흐른 지금 승객 10명 중 9명이 우리 국적기를 선택하고 있다.

미국의 국력이 한국보다 훨씬 크지만 시장에서의 승패는 오로지 경쟁력으로 갈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오픈 스카이는 FTA와 같은 것이다.

서로 자극을 줘야 경쟁력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상품 서비스 등 교역을 자유화하기 위한 한·미 FTA 협상은 국내 일부에서 "불평등 협상이 될 것"이라며 반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8년 전 열렸던 항공회담에서 교훈을 얻을 순 없을까.

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