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고위공무원단(고공단) 제도 도입 이후 정부 중앙부처들이 잇따라 국장급 이상 간부직의 민간 및 정부 내 공모에 나서고 있다.

고공단 제도상 각 부처에서 간부 인사요인이 발생했을 때는 민간 개방직과 공모직 자리부터 공모를 벌여 우선 채워 나가야 한다는 강제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부처의 국장급 이상 간부 중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 개방형 직위(전체의 20%)와 공모직위(30%)를 순차적으로 공모하는 데만 2~3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여 업무 공백이 우려된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달과 이달 초 행정자치부가 조직진단센터장(7월26일 원서 마감)과 지방혁신인력개발원의 원장 및 인력개발부장(8월4일 마감)을 공모 마감한 데 이어 재정경제부가 관세국장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민간에서 공모하고 있다.

국세청도 감사관에 대한 민간 공모를 지난 10일 마감하고 현재는 납세지원국장과 중부청의 납세지원국장 세원관리국장,국세공무원 교육원장 등 5개 직위를 민간 및 정부부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모 중이다.

농림부도 농산물유통국장을 민간에서 공모키로 하고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원서를 받기로 했다.

각 부처들이 이처럼 간부 공모에 줄줄이 나서는 것은 고공단 규정에 '새로 지정된 공모직위 및 개방형직위는 고공단에 속한 공무원의 정원에 최초 결원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우선적으로 임용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인사위원회 관계자는 "민간의 우수 인력을 정부 부처에 적극 수혈한다는 고공단 제도가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각 부처의 인사 때 우선적으로 개방형과 공모직위부터 뽑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 차관급 인사에서 내부승진 인사가 이뤄져 고공단 공무원 정원에 결원이 생긴 기획예산처 농림부 문화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등도 조만간 대대적인 간부 공모에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개방형 직위의 경우 모집공고(2주일)와 원서접수(5일) 서류심사 및 면접 기간 등을 감안하면 아무리 빨라도 1개월이 걸려 업무공백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부처의 인사팀장은 "국장급 간부 인사 때 민간개방형과 공모직 등을 차례로 공모하는 데만 2~3개월은 족히 걸릴 것"이라며 "제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에 따른 공백과 업무차질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강제적인 공모 규정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나 전문성 등이 무시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의 경우 고공단 제도 시행 직전인 지난 6월30일 이 모 국장을 감사관으로 발령했지만 이후 강제규정에 따라 한 달여 만인 이달 초 감사관 자리를 다시 공모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이 감사관은 법무심사국장으로 일단 전보됐지만 이 자리도 공모직위여서 앞으로 인사 때 또다시 자리를 내놓아야 할 처지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