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내한공연 때 색다른 무대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 고란 브레고비치(56)가 1년여 만에 다시 한국팬들을 찾는다.

브레고비치는 오는 9월2일 LG아트센터에서 자신과 더불어 세계를 돌며 공연을 펼치고 있는 '웨딩&퓨너럴 밴드'와 함께 '해피엔딩 카르멘' 공연을 갖는다.

브레고비치 스스로 '집시 오페라'라고 부르는 '해피엔딩…'은 자유로움이 특징인 집시음악을 바탕으로 한 작품.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서 착안해 만들었지만 줄거리와 공연진행은 원작과 관련성을 찾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이다.

집시 여인 카르멘과 돈 호세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원작과 달리 이 작품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이에 대해 브레고비치는 "우리 모두가 그렇지만 특히 집시들은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그들은 지나치게 순진할 만큼 해피엔딩을 바라고 믿는다. 이것이 내가 '해피엔딩…'을 만든 이유"라고 말했다.

이 작품에는 화려한 세트나 의상,꽉 짜여진 대본도 없다. 심지어 성악가와 오케스트라의 구분도 없다.

집시 밴드 뮤지션들이 직접 내레이션과 노래,연주를 통해 카르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레고비치는 "발칸 지역에 사는 집시들은 오페라 '카르멘'을 연주하지 못한다.

'카르멘'이 자신들의 이야기임에도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오페라를 집시들이 연주할 수 있는 작품으로 새롭게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2004년 4월 이탈리아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등 유럽투어 공연을 거치며 브레고비치의 최고 인기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1950년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당시는 유고슬라비아의 영토)에서 태어난 브레고비치는 16세 때 이미 '비예로 두그메'라는 록밴드를 조직할 정도로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이 밴드는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며 15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려 '유고슬라비아의 비틀스'로 불렸다.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집시의 시간''여왕 마고' 등의 영화음악을 작곡하면서 그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02)2005-0114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