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목마와 숙녀' 등을 남긴 박인환의 시와 산문을 한데 모은 전집이 출간됐다.

근현대사 자료 수집가인 문승묵씨(50)가 엮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예옥)이다.

박인환은 1926년 8월15일에 태어나 만 서른 살인 56년 3월20일에 타계한 시인.

올해는 그의 탄생 80돌이자 서거 50주기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번 전집에는 시 80편과 산문 70편 등 총150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이 중 새롭게 발굴한 시가 7편이며 44편의 산문도 처음 공개됐다.

미확인 작품을 최소화한 명실상부한 '전집'이 출간되면서 박인환의 문학세계에 대한 총체적 평가가 가능해지게 됐다.

수려한 외모와 낭만적 기질 등으로 박인환은 생전에 '명동백작''댄디보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하지만 1949년 7월 박인환은 자유신문 기자의 신분으로 다른 네 명의 기자와 함께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 내무부 치안국에 체포될 정도로 현실 비판적이었으며 반제국주의적 사상을 가진 인물이었다.

미군정기에 씌어진 '인천항'과 '남풍''인도네시아 인민에게 주는 시''자본가에게'와 같은 시에서 보이는 사회 비판은 박인환의 '낯선' 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산문 중에선 미국과 서구의 영화계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감상의 글이 유독 많은 점이 눈에 띈다.

이 밖에 피난지와 미국 여행 중에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그의 따뜻한 가족애를 확인할 수 있고 종군기자로 쓴 전쟁기에는 그가 느끼는 시대적 고통이 배어 있다.

산문 부문 해설을 쓴 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새로 발견된 글들을 보면 박인환에 대한 기존의 평가는 너무 인색하다"며 "비평적 성격이 강한 일련의 글들과 칼럼 및 잡문 등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한 글이 남아 있어 박인환의 넓이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