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1000m 깊이에 존재하는 고체 형태의 천연가스(메탄 하이드레이트)와 발전소나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를 맞바꿔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과학적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흔 교수(55·에너지 및 환경시스템 연구실)팀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질소 성분이 대부분인 배기가스를 해저 밑에 반영구적으로 저장하고 동시에 천연가스도 생산할 수 있는 '자연현상적 맞교환 메커니즘' 원리를 실험을 통해 규명해냈다고 14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저명 과학저널인 미국과학원 회보(PNAS) 15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 교수는 미국 오리건주 해안에서 채집한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수심 1000m 환경과 맞먹는 온도와 압력에 맞춰 배기가스를 집어 넣은 결과 이 가스의 이산화탄소와 질소 성분이 자연스레 하이드레이트 고체에 엉겨붙는 사실을 확인했다.

동시에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있던 천연가스가 고체 구조에서 이탈해 대기 속으로 분출한다는 점도 발견했다. 이 교수는 이 과정을 통해 하이드레이트에 스며들어 있는 천연가스 90% 이상을 회수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에 앞서 3년 전 순수 이산화탄소만 사용해 천연가스를 회수했으나 당시 회수율은 64%밖에 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현재 선진국이 추진중인 메탄 하이드레이트층 개발이 해저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시킬 수있는데 비해 이 원리를 활용하면 하이드레이트층의 원래 골격은 유지돼 환경 피해를 거의 일으키지않은 잇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원리로 천연가스를 실용화하는 데에는 앞으로 9∼10년이 더 걸려 이르면 2015년께에 하이드레이트 가스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교수는 "이번 발견에 따라 확보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실용화를 진행할 경우 지구 온난화와 새로운 에너지원 활용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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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풀이]

메탄 하이드레이트

해저 바닥에서 메탄과 물이 높은 압력 때문에 고체 상태로 얼어붙은 것이다.

지상에서 생물들이 외부 압력에 의해 부패하면서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석유가 되는 것처럼 깊은 바다에서도 미생물이 썩으면서 발생한 메탄가스가 물과 결합해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만들어진다.

전 세계 저장량이 석탄과 석유 매장량의 두 배를 넘는다.

동해에도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 100년분에 해당하는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