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분야에 몸담고 있는 연구원에게도 과연 정년이 필요할까.

만약 정년제가 불가피하다면 몇 세가 바람직한 수준일까.

출연연구소 연구원의 정년연장을 위한 정부의 가이드라인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과학자의 정년문제에 또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학두뇌로 꼽히는 출연연구소의 연구원이 되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근래들어 과학고와 KAIST(한국과학기술원) 출신의 20대 박사들이 잇따라 배출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얼추 40세가 돼서야 연구원으로 자리잡는 것이 대세다.

더욱이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 내로라하는 과학잡지에 논문이 실릴 정도로 유명 과학자 반열에 오르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찾는 격'에 비유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로서는 미래를 이끌고 나갈 인적 자원에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공계 학생을 대상으로 대통령 장학생을 선발하는가 하면,이공계 출신을 고위 공직자로 특별채용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과학두뇌 양성 및 확보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작 연구원들이 제대로 실력을 갈고 닦을 수 있도록 신분을 보장해주는 데는 아직까지 크게 미흡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연구소의 재정여건이 어렵다는 소식이 나돌기가 무섭게 구조조정이니 정년단축이니 하는 얘기들이 꼬리를 물고 나오기 일쑤다.

실제로 지난번 IMF사태로 외환위기가 몰아닥치면서 연구소들은 구조조정이란 홍역을 치렀음은 말할 것도 없고 연구원 정년 또한 65세에서 61세로 4년이나 단축되고 말았다.

그래서 연구단지 주변에서 한동안 '연구원은 구조조정 0순위'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의 경제 사회 문화적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연구원을 비롯한 과학자의 정년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기가 만만치 않음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특히 과학자라고 해서 우리 사회의 관행에서 벗어난 대우를 받아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구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정년문제를 언제까지 그대로 덮어두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연구원 정년 연장 방안을 마련하고 나선 것은 사뭇 의미가 크다.

정부는 과학기술분야 24개 출연연구소 가운데 상위 20% 안에 드는 우수 연구인력의 정년을 최장 5년까지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년연장 가이드 라인을 공공기술연구회 등 3개 연구회와 함께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2년 계약후 3년을 추가하는 '2+3년제' 또는 3년 계약후 2년을 연장하는 '3+2년제'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연구소의 재정여건을 비롯 연구인력수급 계획,연구사이클의 변화 등에 맞춰 정년 문제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때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 등 선진국들처럼 정년을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각종 장학금에다 병역혜택까지 주면서 애써 유치한 고급두뇌들이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과학자가 과학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적 틀을 만드는데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