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금리'와 '경기' 사이에 끼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오를지,떨어질지 방향성을 상실한 형국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최근 금리를 동결시켰지만 증시는 크게 반색하지 않고 있다.

금리 동결 기대는 이미 주가에 선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대신 금리 동결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경기둔화 우려가 갈수록 커지면서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택경기 등을 중심으로 연착륙 여부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고,중국은 경기과열 억제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 초를 정점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서정광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는 향후 국내외 경기 상황에 따라 '낮게는 1200선 초반에서,높게는 1400선대 초반'의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며 "고배당주를 공략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

많은 이들에게 배당투자는 연말에 해야 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배당투자는 여름부터 시작해야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키움증권이 2000년부터 작년까지 각 연도별 고배당주(해당연도의 배당수익률 상위 20위사)를 뽑아 월별 수익률 평균을 구해본 결과,고배당주가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낸 달은 2~3월과 5~9월이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배당투자에 적극 나서는 10~12월엔 고배당주 수익률이 지수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 기대로 고배당주 주가가 크게 오르는 연말보다는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여름부터 고배당주를 매집하는 역발상 전략이 훨씬 효과적이었다는 얘기다.

배당주는 특히 지난해처럼 강세장일 때보다 올해처럼 약세장에서 더 효과가 높다.

대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10% 상승하는 데 그친 2004년에는 배당주는 지수 대비 20% 정도 초과 상승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50% 넘게 올랐던 작년에는 배당주 상승률이 지수 상승률보다 소폭 낮았다.

임세찬 대투증권 연구원은 "강세장에서는 주가상승폭이 배당보다 크기 때문에 배당주 관심이 낮아지지만 약세장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며 "올해는 배당주 수익률이 코스피지수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배당투자 유망주는

국내 고배당주들의 배당수익률(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백분율)은 최근 2~3년 새 크게 낮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은행 금리 이상의 배당수익률이 예상되는 종목이 많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배당금을 기준으로 지난 8일 현재 예상배당수익률이 6%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총 62개에 달하고 있다.

한국쉘석유 휴스틸 수출포장 극동유화 등 유가증권시장 25개,엠케이전자 동국산업 흥구석유 한네트 링네트 등 코스닥시장 37개 등이다.

물론 배당만 보고 투자를 할 수는 없다.

배당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실적전망이나 자산가치 등이 양호한 종목을 사야 실패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대한투자증권은 이런 관점에서 코오롱건설 에쓰오일 엠케이전자 유아이디 대원강업 국도화학 등을 배당투자 유망주로 제시했다.

이들 종목은 전년 배당금 기준 배당수익률이 4%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실적도 전년 대비 호전되며 주가수익비율(PER) 등 밸류에이션(수익가치와 자산가치 대비 주가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종목이다.

키움증권은 STX조선 성신양회 KT LG석유화학 금호타이어 한화석유화학 세아베스틸 대덕전자 대림산업 부산은행 세종공업 동국제강 강원랜드 SK텔레콤 KT&G 등을 배당투자 관심주로 꼽았다.

◆ 분할매수 전략 바람직

전문가들은 이번 여름부터 서서히 배당투자를 시작하되 분할 매수 전략을 권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연말 배당을 받기까지 아직 4개월 넘게 남았지만 이 기간 중 국내 증시는 경기지표 등에 따라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부터 배당투자를 시작하되 한꺼번에 주식을 사지 말고 증시가 하락할 때마다 분할매수해 매입단가를 낮추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배당주를 선별할 때는 적어도 최근 2년 동안 배당이 꾸준했는지 여부를 따져 보고 올해 예상 실적이 과거에 비해 크게 급감하지 않을지 등을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고배당 기업이더라도 올해 이익이 감소하면 배당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소형주보다는 가급적이면 대형주나 중형주로 배당투자를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서 팀장은 "만일 배당주를 산 직후 주가가 예상 배당수익률 이상으로 올랐을 경우 배당까지 기다리지 말고 일단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한 뒤 연말까지 그 종목의 주가가 떨어질 경우 재매수하는 전략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