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되기만 하면 대박인데 일단 청약은 해봐야죠.친지에게 돈을 빌릴 수 없으면 친구들과 함께 '판교 투자펀드'라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이달 30일부터 시작되는 판교신도시 2차 분양을 앞두고 예비 청약자들이 자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당첨될 확률은 낮지만 막상 당첨됐을 경우 자금이 모자라 계약을 포기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특히 이번 판교 2차 분양을 통해 공급되는 중·대형 아파트는 "당첨되기만 하면 전매가 풀리는 5년 뒤에는 가격이 분양가의 두 배로 뛸 것"이라는 기대가 커 청약을 앞두고 미리 자금을 마련해 두려는 예비청약자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지난 3월 판교 1차 중·소형 분양 때 예상외로 자금이 없어 계약을 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던 점도 큰 자극이 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은행원 A씨(36)는 요즘 부모님은 물론 처가 쪽에도 자금을 빌릴 수 있을지 기웃거리고 있다.

A씨는 "살고 있는 집은 이미 담보 대출을 받아 당첨되면 중도금까지 상당 부분을 자력 조달해야 할 처지"라며 "당첨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예상 경쟁률이 50 대 1 정도라면 충분히 베팅해볼 만해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연락을 자주 못하고 지냈던 지방 친척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용인시에 거주하는 B씨(32)는 "계약하는데 필요한 2억원이 넘는 돈을 한꺼번에 낼 수 있는 샐러리맨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중산층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지 않는 채권입찰제 등 정부 정책에는 화가 나지만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직장과 동문회를 통해 아예 펀드를 만들어 자금을 조달하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실제 대형 건설사에 다니는 C씨(29)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판교 투자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당첨되면 직장 동료끼리 모은 자금으로 계약금·중도금·잔금을 낸 뒤 나중에 전매할 수 있을 때(중·대형은 계약가능 시점부터 5년 이후) 당첨된 주택을 팔아 수익을 배분하는 조건이다.

C씨는 "채권매입액을 포함,실분양가가 평당 1800만원 내외인 판교 중·대형 집값은 5년 뒤에는 최소 분양가의 두 배는 될 것"이라며 "펀드에 참여하겠다는 동료들이 줄을 섰다"고 설명했다.

회사원 D씨(29)는 "학교 동창들끼리 펀드를 만들기로 하고 청약할 단지를 선택하기 위한 모임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판교 청약 전에 미리 자금을 확보해두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다만 사설 펀드를 만들 때는 직장 동료는 물론 가족이라도 사전에 수익배분 원칙 등을 명확히 해놓아야 나중에 분란을 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