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 카펫 및 고급가구 수입업자인 김홍수씨(58·구속)의 법조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현웅)는 7일 사건 무마와 청탁을 명목으로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조모 전 고법 부장판사(차관급) 등 관련자 3인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모 부장판사는 법조브로커로 활동한 김씨로부터 수천만원대 현금과 카펫 등을 받고 민ㆍ형사 사건에 개입한 혐의(특가법 알선수재)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은 조모 부장판사 외에 김씨로부터 사건 청탁 대가로 1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를 받고 있는 김모 전 검사와 3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 뇌물)를 받고 있는 민모 총경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부장판사는 양평TPC골프장 사업권을 둘러싼 민사소송에 개입하는 등 5~6건의 민ㆍ형사 사건과 관련,청탁 대가로 수천만원의 현금과 고급 카펫ㆍ가구 등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혐의 중 사실관계가 뚜렷하다고 판단되는 4건의 범죄사실에 대해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그러나 조 전 부장판사가 자신의 사건과 관련해서는 금품을 받은 정황이 없는 것으로 결론짓고 뇌물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조 전 부장판사는 이와 함께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중순 김홍수씨의 후견인에게 2000여만원의 금품을 건네며 사건을 무마하려던 정황도 포착됐다.

그렇지만 이 부분은 영장범죄 사실에 추가되지 않았다.

조 전 부장판사는 그동안 해박한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끝까지 결백을 주장,특수통 검사 7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이 7차례 조사에서 4000쪽 분량의 진술조서를 작성하는 등 검찰은 혐의 입증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검찰의 이번 사전구속영장 청구는 최고위 법관을 지낸 인사가 사법처리되는 사법 사상 초유의 사태로 기록되는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건국 이후 한국전쟁 당시와 1971년 '사법파동' 등 비상시기를 제외하면 법관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조 모 부장판사와 함께 영장이 청구된 김 전 검사는 2004년 말 변호사법 위반 사건과 관련,내사를 종결하고 수개월 뒤 브로커 김씨와 친분이 있는 모 변호사를 통해 1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수사가 확대되자 지난달 중순 사표를 냈다.

현재 대기발령 상태인 민모 총경은 지난해 1월 초 하이닉스 주식 인수와 관련,김씨로부터 자신과 이권이 얽혀 있는 사람을 수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하고 액수가 많은 데다 일부 피의자가 말을 맞추면서 증거 인멸을 시도해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들 3인의 구속 여부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오후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법원이 불과 며칠 전까지 '한식구'였던 조 전 판사에게 영장을 발부할지 주목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이상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고법 부장판사 출신이라는 사실에 얽매이지 않고 원칙과 기준에 의해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3인에 대한 구속 여부가 결정되면 브로커 김씨와 돈 거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부장검사 출신 P씨 등 다른 비리 의혹 법조인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도 결정할 방침이다.

김동욱·유승호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