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시 금곡면에 위치한 ㈜장생도라지.이 회사는 국내의 수많은 벤처기업 중 '농업벤처' 1호 기업이다.

또 농작물 재배법으로 발명특허를 받은 최초의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매출액은 53억원으로,이 가운데 21억여원을 수출에서 올렸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은 21년 묵은 장생(長生)도라지다.

일반 도라지는 통상 3~4년 자라면 뿌리가 썩으면서 죽는데 이 도라지는 3년 주기로 일곱 번을 옮겨 심어 21년을 키운다.

이 회사의 창업자 이성호씨(75·장생도라지연구원장)는 한마디로 도라지에 인생을 바친 사람이다.

그가 어릴적 '산삼보다 좋다'고 들어온 장생도라지 재배에 도전한 것은 23세이던 1954년이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만 거듭하다 1970년에 가서야 3년마다 옮겨심는 재배법을 찾아냈다.

그리고 다시 21년이 지난 1991년,드디어 장생도라지 재배에 성공해 발명특허를 받아냈다.

그러나 고생한 보람도 없이 판매는 지지부진했다.

장생도라지의 효능에 대해 과학적 입증이 없는 것이 주 원인이었다.

고심만 거듭하던 이 원장에게 한 지인이 진주국제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의 정영철 박사(당시 석사)를 소개했다.

이 원장은 정 박사의 도움으로 1993년 '장생도라지 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진주국제대·경상대·조선대 등과 장생도라지의 효능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듬해 경상대 성낙주 교수팀은 장생도라지에 모두 23종의 사포닌 성분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포닌 성분은 피를 맑게 해 고혈압과 당뇨 등 성인병에 좋다.

항암 작용과 함께 천식과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이후로도 연구소는 중소기업청의 산·학·연 공동기술개발사업을 비롯 각종 공동사업을 벌여 지금까지 장생도라지와 관련한 35편의 논문과 보고서를 냈다.

산·학·연 협동연구는 효능 입증뿐 아니라 상품 다양화에도 도움이 됐다.

장생도라지의 주력 제품은 도라지 에끼스인 '장생도라지 기(氣)·맥(脈)·정(精)'.하지만 도라지 수확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상품 개발이 필요했다.

이에 도라지 함유량이 적은 제품으로 개발한 것이 2002년 출시한 '장생도라지 캔디'다.

처음 연구팀에서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냈을 때는 잘 팔릴까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장생도라지 캔디'가 전체 매출액 중 10%를 차지한다.

이후로 연구팀은 분말이나 환 형태의 제품을 개발했고,도라지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도 내놓았다.

지난달 중순에는 도라지 추출액으로 만든 술 '장생도라지 진주(珍酒)'도 출시했다.

장생도라지의 이 같은 성공담은 산학협력을 통해 농업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효능을 입증하지 못해 사장될 뻔한 농산물을 시장성 있는 제품으로 살려냈을 뿐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2차 가공품까지 개발해낸 것이다.

장생도라지의 장기적 목표는 장생도라지를 주 원료로 한 한방조성물을 개발,기능별 약용식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 원장의 장남으로 1998년부터 장생도라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영춘씨(47)는 "연구소를 중심으로 생명공학 분야 공동연구를 확대해 제약화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아버지와 나의 꿈"이라고 말했다.

진주=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