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 문제를 놓고 여권 전체가 내홍에 휩싸였다.

열린우리당 내 친노(親盧)세력이 문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발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당 지도부를 성토하고 나섬에 따라 당청 갈등 차원을 넘어 친노와 비노(非盧)·반노(反盧)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문재인 카드'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최종 결심 여하에 따라서는 분당 등 여권의 조기 분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노의 반격=그간 침묵했던 친노 직계 세력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 초선 의원은 4일 "대통령이 매우 불쾌하고 당혹해하고 있다"면서 "김근태 의장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한 비대위원은 "지도부가 사사건건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문제삼으면 되느냐"고 가세했다.

'국민참여 1219'도 논평을 내고 "당 내부의 인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당 의장과 지도부가 대통령 인사권에 '감놔라 배놔라'하는 모습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정치실천연대' 소속 이광철 의원은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여론 재판으로 인사 대상자를 확인하고 점검하는 과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움직임이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의 반격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청와대와의 교감에 따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노 대통령 정면 돌파로 가나=핵심 측근인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여론에 밀려 낙마했고 또 다른 측근인 문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도 벽에 부닥치면서 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가는 형국이다.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문 전 수석의 임명을 밀어붙인다면 당청 관계가 중대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실제 노 대통령은 '문재인 카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노 대통령은 문 전 수석을 쓰고 싶어하는데 여론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언론뿐만 아니라 이제는 여당까지 문제를 삼고 있어 대통령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며 "도덕성이나 역량에 뚜렷한 하자도 없는데 단지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침해"라고 당과 각을 세웠다.

특히 박 수석은 "장관은 대통령의 대리인으로서 생각이 같고 손발이 잘 맞아야 한다"면서 "참여정부의 정책 방향을 잘 알고 역량도 검증된 사람이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해 문 전 수석의 장관 기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청 간 신뢰가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인 데다 여당이 이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마당에 노 대통령이 정면 돌파를 택한다면 이는 여당과의 결별까지 각오한 것으로 봐야 한다.

청와대는 강력하게 부인하지만 노 대통령 탈당 등 중대 결심설에 당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노 대통령이 뜻을 접을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병완 실장이 3일 당을 공격한 것은 '문재인 카드' 관철 목적보다는 '레임덕'으로 비쳐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모양 갖추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