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근육 잡힌 구릿빛 상체만이 어둠 속에서 두드러지게 보인다.
남자의 벗은 몸과 아무 맥락이 닿지 않는,때로는 남성과 상관없는 여성용 제품 광고에조차 웃통을 벗은 근육질 남성이 수시로 등장한다.
주방용품,아파트광고까지 남자의 관능이 광고의 단골 소재로 소비되고 있다. 남자의 벗은 몸과 대체 무슨 관계일까? 여성 소비자의 성적 판타지를 위해 대상화(?)된 셈.
과거 남성이 타깃 층인 자동차 광고나 술 광고가 늘씬한 미녀를 등장시키던 것과 비슷한 이치. 기혼여성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여성의 관능미가 광고계에서 전통적으로 선호하던 소재였다면,이제는 남자다.
광고 속 남녀의 성 역할도 역전됐다. 키스라도 할듯 과감히 돌진하는 쪽이 여자,셔츠가 풀어헤쳐진 채 다소곳이 누워 있는 쪽이 남자다. 민 소매 셔츠의 지퍼를 내려 가슴 골을 아슬아슬하게 드러낸 것. 또 다른 광고에는 티셔츠를 입은 한 여성이 웃통을 벗은 세 명의 미소년에 둘러싸여 있는 에로틱한 장면이 등장한다.
여성의 소비성향과 구매 결정권이 더 강화되면서 남성을 벗겨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남성의 관능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경제력 있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웃통 벗고 나오는 식으로 남성을 등장시켜 그들의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광고가 늘어났다고 한다. 여성에게만 집중됐던 성 상품화가 남성 쪽으로 확장되면서,여성들이 성의 주체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여성이 성의 주체로 등장했는데도 이런 시대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는 중년 구닥다리들이 너무 많다.
성뿐만아니라 비즈니스도 여심을 잡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경제권은 물론이고 상품구매에 있어 여성의 선택권이 남성을 압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 구실을 제대로 하려면 아내를 만족시키는 섹스 능력은 필수다.
중년들도 섹스역량에 자신의 앞날이 크게 좌우된다는 것은 아는데 그 대처방법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년들은 성 기능의 문제를 정력제에 의존하거나 자신의 성기능 문제를 질환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농후하다.
아내들도 문제다. 남편이 시원치 않다고 느낄 때 병원보다는 정력제부터 들이대는 것이다.
이것저것 정성껏 다린 물을 아침마다 따듯하게 데워 먹이면서 이제나저제나 기별이 올 때를 학수고대한다.
이런 아내에게 보답이라도 하는 듯이 세계를 무대로 정력제 사냥에 나서 외국 언론으로부터 '몬도가네'이라는 질책을 받는 남편들.
안타깝게도 결과는 지불한 비용에 비례하지 않는다. 섹스능력 키우기에 기울이는 정성에 비해 중년의 성 능력이 참담한 까닭은 성분을 분석해보면 영양제 한 캡슐에도 미치지 못하는 각종 정력제를 맹신하기 때문이다. 옛날 먹거리가 부족했을 때야 앞서 언급한 고단백,고지방 식품들이 기운을 돋운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먹거리가 풍족해진 요즘은 오히려 정력제의 주성분인 동물성 고지방은 혈관을 막아 정력을 감퇴시키는 웃기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다.
심각한 성 기능 장애로 부부관계가 파경에 이르러도 얄팍한 자존심 때문에 병원을 멀리하고 민간식품에 의존한다면 중년의 섹스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뻔하다. 운동과 식단의 정상적인 영양섭취가 최고다.
아내들도 보약을 아침마다 들이대는 정성을 밥상에 솟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아시길….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