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도 속을 알 수 없는 크렘린 같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몸 상태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동생 라울 국방장관도 권한을 이양받은 지 이틀이 지나도록 두문불출,쿠바의 미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외신들은 쿠바 권력 최상위층의 동태가 베일에 가려져 있어 미국을 비롯한 외부 세계는 물론 쿠바인들조차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바 국영 언론매체들은 지난 2일에도 "피델이 회복하고 있는 동안에도 혁명은 지속될 것이다" "피델,쾌유하기를"이란 1면 제목을 달고 있을 뿐 더 이상의 새로운 소식은 전하지 않았다.

쿠바 의회 의장인 리카르도 알라르콘만이 2일 미국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일 카스트로 의장이 수술을 받은 뒤 30분간 얘기를 나눴다"며 "의장은 정신이 또렷했고 항상 그랬듯이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스트로도 인정한 '심각한 건강상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에콰도르 주재 쿠바 대사관 소속 상무관은 카스트로 의장이 의식이 분명한 상태로 수술을 받았으며 3~4주 뒤에 권좌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장시간 연설하는 것을 즐기던 카스트로가 중대 사항을 직접 전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사망설까지 나돌고 있다.

플로리다 국제대의 쿠바-아메리카 사회학자인 리산드로 페레즈는 "이런 불확실성은 쿠바 정부의 전통 때문"이라며 "그들이 이번 사태를 숨기려 하기보다 오히려 먼저 털어놓았다는 점이 놀랍다"는 조금은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한편 동생 라울이 권한을 이양받고 왜 공식 활동을 개시하지 않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는 쿠바인들에게도 실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어서 궁금증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일부에선 라울의 권력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와 함께 카스트로 이후 체제를 놓고 권력 암투가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