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주관 '올해의 작가상' 공동 수상작인 권기태씨(40)의 장편소설 '파라다이스 가든'(전 2권)이 출간됐다.

이 작품은 한 건설회사에서 일어난 유혈극에 휘말린 회사원이 도주 과정에서 낙원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작가가 '다양성에 관한 소설'이라고 부연했듯 주인공이 진보와 보수를 넘어 낙원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파라다이스 가든'은 작품 속에선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도원수목원의 도화관 1층 전시실에 놓인 작은 '상자 정원'을 의미한다.

목숨을 걸고 도원수목원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수목원을 구입하려는 '성림그룹' 일가의 싸움이 기둥 줄거리다.

이 작품은 유토피아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

도연명의 '도화원기'에서 유토피아인 도화원을 경험하고 온 어부 황도진이 그곳의 입구를 다시 찾지 못한 이유는 그가 큰돈을 주겠다는 사람들의 유혹에 빠져 그곳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도화원과의 약속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유토피아로 상징되는 수목원을 파괴하려는 자본주의의 축으로 성림건설이 등장하는 것도 이와 연관된다.

유토피아를 알아볼 능력을 상실한 현대인들의 왜소하고 물질화된 행복 지수에 대한 비판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소설가 성석제씨는 이번 작품에 대해 "수백 가지의 정보와 지식,나사와 부품,꽃잎과 새 소리를 장편소설이라는 잡(雜)의 만화경에 아무렇지도 않게 꾸려 넣는 대범함이 남다르다.

발로 뛰고 손으로 조립하면서 흘렸을 땀 냄새가 있다"고 평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권씨는 1992년부터 올해 4월까지 동아일보에서 문화부 국제부 기자로 활동한 뒤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입대 전 응모한 소설로 군복무 중이던 1988년 대학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