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환자보다는 보호자들이 환자를 곁눈질하면서 이구동성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

"이 약을 먹으면서 술 마시면 안 되지요?"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안 마시는 것이 좋지요"라고 말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답이 있다.

무한 경쟁 시대에 약을 복용하는 문제로 인해 비즈니스에 제한을 받는다면 한약을 싫어하는 계기가 될 것이 뻔하다.

환자가 생각하기엔 사소한 일로 약을 먹는 것인데 중요한 것을 못하게 하면 어찌 될까?

약을 먹는 목적은 치료제이건 보약이건 그 당시 몸의 조건을 면밀히 분석해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복용하는 약이 당시 몸 상태에 가장 좋은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오히려 해로운 음식(술)을 먹거나 마셨을 때는 복용량을 늘리는 것이 더 현명하다.

그래야 해로운 음식의 피해를 줄여 몸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를 받고 있던 40대 중반의 한 남성 환자가 치료가 거의 끝나갈 무렵인데 걱정스러운 얼굴로 질문한다.

외국에서 바이어가 왔는데 자기가 저녁을 접대해야 한단다.

필자는 환자에게 약을 여유있게 갖고 가서 술 마시기 전부터 1~2시간 간격으로 약을 복용하라고 권했다.

다소 놀라는 표정으로 그래도 괜찮겠느냐고 되묻는 환자에게 걱정 말라고 했다.

다음날 증상이 전혀 후퇴하지 않고 거뜬하게 이겨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환자를 보면서 복약 지도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한다.

아토피 치료가 호전되고 있던 한 환자도 "피할 수 없는 상가(喪家)가 생겨서 밤을 새워야 하는데…"라며 걱정이다.

필자는 이 환자에게 밤을 새우는 동안 체력이 소모되지 않게 틈틈이 음식을 먹고 약은 3~4시간에 한 봉씩 복약하라고 말했다.

다음날 아침 발인부터 장지까지 갔다 왔다는데도 눈만 뻑뻑할 뿐이지 크게 피곤하지 않고 아토피도 심해지지 않았다며 기뻐하는 환자의 모습에 기분 좋은 하루가 있었다.

안보국 원장 < 국보한의원 · www.kookb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