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수 시절 제자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이번에는 같은 논문을 2001년 1월 한양대 학술지와 12월 국민대 학술지에 제목과 각주 등을 약간 수정해 발표한 뒤 논문을 두 편 작성한 것으로 교육인적자원부에 허위 보고했다는 구설수에 휩싸였다.

논문 실적 중복 보고와 관련,김 부총리는 27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조교 등 실무자의 실수로 보이지만 끝까지 확인 안한 것은 본인의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논문의 내용 자체가 다르다"며 부인했다.

청와대는 김 교육부총리를 임명하면서 고위 관료들의 발목을 잡아 온 부동산 문제나 자녀 병역문제 등 전통적인 공직자 윤리의 잣대를 적용했을 때 흠 잡을 곳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교수 출신의 공직자는 학자로서의 도덕성 유무가 공직자 윤리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여기에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 이후 학자들의 연구 윤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탓도 크다.

남들도 저지르는 과오에 대해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현실에서 김 부총리는 내심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제자와 논문 작업을 공동으로 벌이거나 같은 논문을 일부 수정해 다른 학술지에 기고하는 등의 일들은 교수 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국민대 교지에는 밖에서 실린 논문을 다시 싣는 관행이 있다"며 "국민대 교지에 제목과 내용을 다소 수정해 논문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야당과 일부 시민·학부모 단체들은 김 부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김 부총리는 "일을 잘 못하고 정책이 잘못됐다면 꾸짖어 달라. 하지만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시간을 달라"며 그만둘 뜻이 없음을 밝혔다.

하지만 그의 명예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더구나 '관행'이라고 해도 교육부의 수장에게 도덕적인 측면에서까지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고위 공직을 꿈꾸는 학자들은 김 부총리의 '행적'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듯 싶다.

송형석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