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27일 발표한 사행성 게임 대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품용 상품권 제도의 폐지다.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8월 성인 오락실들이 게임을 통해 손님들이 얻은 경품을 현금으로 환전해 주는 것을 막기 위해 경품용 상품권 제도를 법제화했다.

그런데 이 제도를 1년도 안 돼 없애기로 한 것은 상품권 제도가 '전국의 도박장화'를 부추겼다는 지적 때문이다.

오락실들은 손님을 끌기 위해 당첨률을 경쟁적으로 높였고 그에 따른 손실을 상품권 환전수수료로 벌충했다.

특히 경품용 상품권 가맹점이 별로 없어 발행된 상품권의 98.5%가 오락실에서 환전용으로 활용됐다.

사행성 게임업계는 이처럼 경품용 상품권을 현금으로 불법 환전해 주면서 급성장했다.

당초 몇천억원 수준에 머물던 게임장(아케이드 게임) 관련 제품 시장이 17조3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전문가들은 경품용 상품권이 몇 차례씩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유통액은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품권 제도가 폐지되면 사행성 게임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게임기 투입액이 현행 시간당 9만원에서 1만원으로 대폭 낮아지고 경품 한도가 시간당 무제한에서 2만원으로 하향 조정된 것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당정은 게임물 등급분류 작업을 엄격히 추진하기 위해 게임물등급위원회를 9월 중 조기 발족하며 △1명이 여러 대의 게임기를 사용하거나 게임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행위 금지 △게임 머니의 현금화 금지 등을 포함한 관련 규칙을 개정키로 했다.

전체이용가 게임물이 오락실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행 40%에서 60%로 높이도록 했다.

노웅래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는 "사행성 게임 근절 대책이 시행되면 '바다 이야기''황금성''오션 파라다이스' 등 도박성 게임이 등급 재심사를 통해 시중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한국이 '도박 공화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현행 상품권 배출 기준'은 확률 분포의 상한선과 하한선이 없어 아예 당첨이 안 되거나 하루에 몰아서 당첨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게임 횟수에 따른 보상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규제해야 하는 데도 이에 대한 조치가 없는 상태다.

게임기에 정보표시 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각종 부정행위 기록을 살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목소리도 반영되지 않았다.

김동현 세종대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는 "지난해부터 각종 문제가 제기되고 대책이 논의됐지만 정부는 반 년 이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며 "그나마 내놓은 대책도 전시행정적 요소가 강하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정책을 믿고 대규모 투자를 한 상품권 발행사와 게임기 개발사의 연쇄 피해가 우려된다.

업계는 이번 조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위헌 소송 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품용 상품권으로 상당한 매출을 올리던 19개 온ㆍ오프라인 가맹점에 비상이 걸렸다.

인터파크 다음커머스 등 경품용 상품권을 발행하는 19개사들의 협의체인 상품권발행사협의회 최병호 회장은 "폐지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상품권 사용업소들의 상환 요구가 밀려오고 있다"며 "1조원이 넘는 상품권을 발행한 상품권 사업자의 경우 8월 첫째주에 대규모 부도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욱·노경목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