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노사는 '相生'으로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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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노조의 힘이 강했던 유럽에서 기업의 노사가 '상생(相生)'을 위해 힘을 합치는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이는 유럽 기업의 경쟁력 회복은 물론 유럽 각국의 경기회복을 촉진하고 있으며 향후 '지속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은 25일 고비용 구조에 어려움을 겪던 유럽 기업들이 최근 수년간 '해외 공장 이전'이란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자 노조가 과도한 요구를 자제하고 회사측의 요구조건을 수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시간 연장과 임금동결,경영적 필요에 따른 노동시간 배치 등 노동자의 양보가 필요한 사안에서 노동자들이 협력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특히 독일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월지는 펌프와 밸브를 만드는 중견기업 '하베 수압기계(HAWE Hydraulics)'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작년에 비용절감이라는 절박성 때문에 애국심을 접고 인도 방갈로르에 공장을 세웠다.
자국에서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데 위기감을 느낀 노동자들은 필요시 토요 순환근무제,변동 근무시간제에 합의하고 보너스 대신 분기별 이익분배금을 받는다는 파격적 조건에 동의했다.
심지어는 '수당도 없이 주당 근로시간을 29시간에서 42시간 사이에서 조정하는' 근로조건을 받아들였다.
"회사가 생산라인을 옛 소련 지역으로 옮길 가능성도 있다"는 노조위원장의 호소에 두손을 든 것이다.
회사측은 예상치 못했던 노동자들의 협력에 기뻐하며 다시 독일에 투자키로 하는 결정을 내렸다. 회사는 작년 1년간 생산성이 15% 가까이 상승했다며 노사협력의 결과물이라고 자랑했다.
기계공구 제조업체인 클링겔른베르크도 당초 헝가리에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독일 지역 노동자들이 상여금 삭감과 노동시간 연장에 동의함에 따라 회사는 독일에 공장을 증설키로 방침을 바꿨다.
이 결정으로 170명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게 됐고 50명의 고용을 신규 창출할 수 있게 됐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이런 사례는 독일 수출산업의 경쟁력 회복과 고용증대,내수시장 확대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독일 상공회의소 설문에 따르면 올해 독일 기업의 16%는 작년보다 10%가량 고용 인력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작년엔 인력을 감원하겠다는 기업이 전체의 28%였는데 올해는 17%로 줄었다.
이에 따라 독일의 실업률도 작년 7월 9.3%에서 지난 5월 8.3%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노사 상생 협력의 새로운 관행은 이웃나라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 확산되고 유럽지역 경기회복을 촉진하고 있다.
올해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지역 12개국)은 정보기술(IT) 열풍이 불었던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2.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유로존의 경기 회복은 세계적인 경기 둔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