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물류 중심항을 지향하는 부산항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올 상반기 동안 부산항에서 처리한 환적화물이 사상 처음으로 준데다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마저 제자리 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체질 개선이 늦어진다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상황에 처해 있다.

23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6월 말까지 부산항에서 처리한 환적화물은 261만4753개(1개 환적화물=20피트짜리 컨테이너)로 지난해 같은 기간(264만5670개)보다 1.2% 줄었다.

환적화물 감소는 부산항 운영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환적화물은 부산항에 기항한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내려 미국과 유럽 등으로 가는 배로 옮겨싣는 컨테이너 화물로 일반 컨테이너 화물보다 부가가치가 2.4배 높아 그동안 정부와 항만운영 업체들이 유치에 주력해 왔다.

부산항은 그동안 미주와 유럽 중국 등 아시아를 잇는 간선 항로에 있는 지리적 여건 덕택에 환적화물이 해마다 10∼20%가량 증가해왔다.

또 올 상반기 부산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실적은 596만4159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593만4150개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최근 10년새 가장 낮은 수치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부산항의 물동량 부진은 부산항을 기항했던 외국 선박들이 부산항을 통하지 않고 물동량이 급증하는 상하이항 등 중국항으로 직기항하고 있는데다 국내에서는 광양항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반면 부산항과 경쟁하고 있는 외국 항들의 화물처리량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중국 상하이항은 1005만6000개를 처리,지난해 동기 대비 17.5% 늘면서 세계 3위 자리를 고수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개장한 상하이 양산신항은 올 상반기에 126만5000개의 물동량을 처리해 연간 하역능력 250만개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싱가포르와 홍콩항,중국 선진항 등 부산의 경쟁항들도 같은 기간 3.7∼12.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내 다른 항만의 성장세도 부산항을 압도하고 있다.

광양항은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환적화물이 73% 급증했고,물동량은 34% 늘어났다.

여기에는 광양항이 선사와 화주에게 적립금을 주는 마일리지제를 도입하는 등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부산항을 이용했던 덴마크의 머스크라인 등 대형 선사를 영입한 영향이 크다.

인천항도 부산항으로 오던 수도권 화물들을 유치하면서 25% 선의 물동량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도석 부산발전연구원 해양항만연구부장은 "부산항은 국내외적으로 치열한 도전을 받아 비틀거리고 있다"며 "동북아 중심 항만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국내 물량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장을 유치하고,선박 수리,유류사업 등도 할 수 있는 다기능 종합항만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