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만 잘하면 뭐해,국적이 동유럽인데….'

경기도영어문화원은 지난 4월 경기도 영어마을 파주캠프를 개원하면서 영어에 능통한 동유럽 출신 영어강사를 '강사 도우미'로 기용한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영어강사의 국적 제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21일 경기도영어문화원에 따르면 7월 현재 파주 영어캠프 강사로 고용하고 있는 동유럽 출신은 루마니아인 15명,러시아인 15명 등 30명이다.

이들이 받는 월급은 한 달에 150만원 선(숙소 제공,항공요금 지급)으로 미국이나 영국 등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에서 온 강사의 평균 월급인 260만원(숙소 제공,항공요금 지급)보다 100만원 이상 적다.

하지만 동유럽 출신 30명의 학력 수준 등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 출신보다 오히려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동유럽 영어도우미 중 석사나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이 전체 고용인원의 3분의 1인 10명에 달한다.

결국 실력이 아닌 국적에 의해 대우가 달라진 셈이다.

경기도영어문화원은 동유럽 출신 영어 도우미들에게 정규 영어 수업이 아닌 상가시설 점원으로 일한다.

상가시설이란 영어마을 내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공간이다.

동유럽 도우미들은 물건을 사러온 학생들에게 영어로 상품을 설명해주는 일을 주로 담당한다.

경기도영어문화원이 이들을 정식 강사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비자 때문이다.

한국 영어교육기관에서 정식 강사로 근무하려면 영어강사 비자(E2비자)가 필요한데,이 비자는 영국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아일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7개국 출신의 대졸자에게만 발급한다.

동유럽 출신자에게는 일반 취업비자(E7 비자)만 발급하기 때문에 이들을 정식 강사로 발령하면 법을 어기게 된다.

경기도 영어마을 관계자는 "영어구사 능력과 학력 수준만 보면 동유럽 출신자들에게 당장 강의를 맡겨도 되지만 비자관련법과 학생·학부모의 정서를 감안,이들에게 강사 도우미 역할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사설 영어학원 관계자는 "최근 원어민 강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E2비자 소지자의 연봉 자체가 높아진 데다 서울 등 대도시에 위치한 학원이 아닐 경우 웃돈을 줘야 한다"며 "궁여지책으로 E7비자 소지자들을 고용하는 학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원어민강사 리크루팅 에이전시 대표는 "원어민 강사 비자에 국적제한을 하는 곳은 한국과 일본뿐인데 이를 완화해야 영어 관련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법무부 출입국심사과 관계자는 "E2비자 취득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는 것을 감안,유관기관의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형석·김현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