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안양천 둑방이 폭우로 일부 붕괴되면서 침수 피해가 심각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이곳의 한 아파트 지하실은 침수 피해를 당한 지 사흘이 지난 19일에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발전기를 돌려 임시로 불을 밝히고 있었다.

희미한 불빛에 드러난 지하실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흙탕물이 미처 빠지지 않아 질퍽거리고 쓰레기와 잡동사니로 온통 뒤덤벅돼 있었다.

물비린내가 풍겨나는 이곳 지하실 한켠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침수된 물품을 꺼내 하나하나 정리하고 진흙탕이 된 바닥을 쓸고 닦느라 복구의 손길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한민국 수해 현장마다 빠지지 않는 믿음직한 우리 장병들도 힘을 보탰으며 민간기업에서 파견 나온 자원봉사자들도 구슬땀을 흘렸다.

특히 삼성사회봉사단은 200여명의 인력을 파견,복구현장의 일손을 돕고 있었다.

삼성사회봉사단의 양평동 복구 지휘를 담당하고 있는 조승준 상무(삼성물산 상사부문)는 "사흘째 이곳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거리 청소를 하는 등 복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우리 회사가 이번 사고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그런지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자원했다"고 말했다.

군 장병과 함께 쓰레기를 치우던 대한주택보증의 한 자원봉사자는 "우리 회사 자원봉사 동아리에서도 13명의 인력이 자원을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전력,현대모비스,KT,삼성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한국가스공사 직원들도 복구작업에 동참했다.

민간기업 자원봉사단의 복구 노력에 주민들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동양아파트 상가관리인 박노식씨(63·가명)는 "기업에서 나온 분들이 성실하게 일을 잘해줘 복구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구인력이 연립주택,아파트 쪽에 집중되면서 영세 중소기업이 밀집한 양평동 6가 쪽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곳에서 컴퓨터 부품을 생산하는 ㈜삼원아이앤티의 한 관계자는 "자원봉사단 측에 복구인력 요청을 해도 예약이 꽉 찼다며 식수만 잔뜩 놓고 갔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서울시는 안양천 둑 붕괴로 침수된 영등포구 양평동 지하철 9호선 907공구에 대한 배수작업을 가속화해 오는 31일까지 마치기로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