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증시 최대敵 '스파게티 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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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나라 밖에서는 한국 경제와 증시에 대해 점점 심해지는 '스파게티 혹은 누들 볼 효과'(Spaghetti or noodle bowl effect)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래 스파게티 볼 효과라는 용어는 올해 초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아시아 지역에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나치게 확산되고 있다"며 "과도한 FTA 확산은 무역의 복잡성을 증대시켜 오히려 기업에 해를 줄 수 있는 이른바 스파게티 혹은 누들 볼 효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데서 비롯됐다.
실제로 우리처럼 짧은 기간에 FTA 체결국과 협상국이 많아지면서 각국의 FTA에서 다른 규정(원산지 규정 등)이 적용됨에 따라 수출기업들은 혼선을 빚고 있다.
마치 스파게티나 국수처럼 얽히고 설켜 한국 경제나 증시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스파게티 볼 효과가 우려되는 곳은 비단 FTA 정책뿐만 아니다.
올 하반기 이후 경기를 보는 시각도 엇갈린다.
정부는 여전히 5%대의 달성이 무난하다는 낙관론(soft-patch)에서 후퇴하지 않고 있다.
반면 민간 예측 기관들이 주장하는 둔화론은 경제주체들의 대응 정도에 따라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시각(long cycle)과 단기간에 급락해 경착륙될 것이라는 시각(short cycle 혹은 double-dip)으로 나뉜다.
경기를 보는 시각이 엇갈려서인지 경제정책 방향도 혼선을 빚고 있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지금까지 한 배를 타왔던 현 정부와 열린우리당 간에 경기부양론을 놓고 갈등이 심한 점이다.
열린우리당은 적극적인 경기부양론을 주장하는 데 반해 이미 부양론을 담아 확정된 '올 하반기 경제정책 운영방향'을 이끌어갈 책임자는 경기부양은 않는다고 못박는다.
우리처럼 개도국 증시의 두 축인 경기와 정책 방향에 혼선을 빚음에 따라 주가를 보는 눈도 다르다.
경기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기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올 3분기 이후에는 주가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예상하는 데 반해 갈수록 악화되는 대외 환경과 정책 혼선을 예의 주시하는 기관들은 지금의 조정국면이 의외로 오래갈 수 있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이밖에 엊그제까지 마치 입을 맞추듯 일제히 거품론을 주장해 왔던 경제 각료 중 일부는 최근에 와서 느닷없이 단기적인 부동산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들고 나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또 미사일 발사사건 이후 갈수록 꼬이고 있는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출범 초부터 누구보다 애착을 갖고 추진해 왔던 노 대통령은 정작 말이 필요한 때 뒷전에 물러선 느낌이다.
여러 요인 가운데 스파게티 볼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경제정책을 비롯한 모든 경제 현안에 대해 주도력이 없거나 관계 부처 혹은 경제주체 간의 합의가 없이 특정 목적을 위해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마디로 경제각료나 집권당 의원들의 입이 통제되지 않아 정책 수위(발의·입안·확정)에 관계없이 제각각 자신들의 견해나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는 경제주체들에게 혼란만 가져오기 때문이다.
얽히고 설킨 국수는 찬물에 담갔다가 꺼내면 가지런히 정돈된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경제각료들을 그렇게는 할 수 없지만 스파게티 볼 효과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이와 비슷한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본래 스파게티 볼 효과라는 용어는 올해 초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아시아 지역에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나치게 확산되고 있다"며 "과도한 FTA 확산은 무역의 복잡성을 증대시켜 오히려 기업에 해를 줄 수 있는 이른바 스파게티 혹은 누들 볼 효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데서 비롯됐다.
실제로 우리처럼 짧은 기간에 FTA 체결국과 협상국이 많아지면서 각국의 FTA에서 다른 규정(원산지 규정 등)이 적용됨에 따라 수출기업들은 혼선을 빚고 있다.
마치 스파게티나 국수처럼 얽히고 설켜 한국 경제나 증시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스파게티 볼 효과가 우려되는 곳은 비단 FTA 정책뿐만 아니다.
올 하반기 이후 경기를 보는 시각도 엇갈린다.
정부는 여전히 5%대의 달성이 무난하다는 낙관론(soft-patch)에서 후퇴하지 않고 있다.
반면 민간 예측 기관들이 주장하는 둔화론은 경제주체들의 대응 정도에 따라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시각(long cycle)과 단기간에 급락해 경착륙될 것이라는 시각(short cycle 혹은 double-dip)으로 나뉜다.
경기를 보는 시각이 엇갈려서인지 경제정책 방향도 혼선을 빚고 있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지금까지 한 배를 타왔던 현 정부와 열린우리당 간에 경기부양론을 놓고 갈등이 심한 점이다.
열린우리당은 적극적인 경기부양론을 주장하는 데 반해 이미 부양론을 담아 확정된 '올 하반기 경제정책 운영방향'을 이끌어갈 책임자는 경기부양은 않는다고 못박는다.
우리처럼 개도국 증시의 두 축인 경기와 정책 방향에 혼선을 빚음에 따라 주가를 보는 눈도 다르다.
경기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기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올 3분기 이후에는 주가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예상하는 데 반해 갈수록 악화되는 대외 환경과 정책 혼선을 예의 주시하는 기관들은 지금의 조정국면이 의외로 오래갈 수 있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이밖에 엊그제까지 마치 입을 맞추듯 일제히 거품론을 주장해 왔던 경제 각료 중 일부는 최근에 와서 느닷없이 단기적인 부동산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들고 나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또 미사일 발사사건 이후 갈수록 꼬이고 있는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출범 초부터 누구보다 애착을 갖고 추진해 왔던 노 대통령은 정작 말이 필요한 때 뒷전에 물러선 느낌이다.
여러 요인 가운데 스파게티 볼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경제정책을 비롯한 모든 경제 현안에 대해 주도력이 없거나 관계 부처 혹은 경제주체 간의 합의가 없이 특정 목적을 위해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마디로 경제각료나 집권당 의원들의 입이 통제되지 않아 정책 수위(발의·입안·확정)에 관계없이 제각각 자신들의 견해나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는 경제주체들에게 혼란만 가져오기 때문이다.
얽히고 설킨 국수는 찬물에 담갔다가 꺼내면 가지런히 정돈된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경제각료들을 그렇게는 할 수 없지만 스파게티 볼 효과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이와 비슷한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