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오해와 진실] (2) 경제 종속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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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론자들은 이 협상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점과 함께 협정이 체결되면 우리 경제가 미국 경제에 종속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마저 "미국과 맺으려는 FTA는 말이 FTA지,실제론 경제통합으로 가는 것이다"라고 강조할 정도니 말이다.
항간에는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찬성론자들의 논리는 다르다.
우리 경제의 체력이 그 정도로 약하지 않은 데다 오히려 체질개선 효과를 거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지나친 비약이라는 주장이다.
○이득보다 손실이 큰가
한·미 FTA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전자 자동차 섬유 등 한국이 미국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는 일부 제조업을 제외하고는 모든 부문에서 피해를 보거나 산업 자체가 미국 자본에 넘어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 농산물 가격의 20~30%에 불과한 미국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면 농업생산이 40%가량 줄고,미국측 요구대로 값싼 복제약 수입이 제한을 받게 되면 제약업 생존이 위협받을 것이란 주장이다.
반대론자들은 산업이 종속되면 가격결정력이 미국에 넘어가 물가가 치솟고 실업이 증가할 것이란 극단적인 전망을 인터넷 이곳저곳으로 퍼나르고 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우려는 대부분 단기간에 빚어질 수도 있는 피해를 지나치게 부풀린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고민은 FTA의 이득은 천천히 나타나는 반면 피해는 당장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미 FTA 체결로 생산성이 1% 증대됐을 때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7.75% 높아질 것이라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전망이 반대론자들에게 먹혀들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한·미 FTA의 효과를 계량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규모의 경제 달성 △경쟁을 통한 체질개선 △투자유치 △안보강화 등 중·장기적 동태적 효과에 주목해줄 것을 당부한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어느 나라든 FTA를 논의할 때면 경제적인 효과를 과장해 전망하는 면이 있지만 실제로는 당초 기대했던 긍정적인 효과나 우려했던 피해가 그렇게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국가 구성원들이 시스템을 개선하고 혁신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FTA 성패를 좌우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은 "미국과 FTA협상을 하자고 제의한 25개 국가가 미국 경제에 종속되길 원해서 그런 제의를 했겠느냐"며 "미국과 FTA를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비용을 따져 보면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비스 산업 무너지나
반대론자들이 가장 강조하는 부문은 역시 한국이 경쟁 열위에 있는 서비스 유통 문화.FTA를 맺으면 시장을 미국 자본에 다 내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서비스 시장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 의도는 터무니없는 '장밋빛 전망'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개방만이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낮은 국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고 있다.
작년 131억달러에 이른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외부 충격을 받아서라도 서비스 분야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선 선진국 진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개방의 경험
한국은 개방을 발전의 계기로 삼은 경험이 많은 만큼 지나치게 겁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개방은 제조업 농업 서비스업은 물론 정부조달에 이르는 모든 분야의 산업이 일시적으로 개방돼 '제2의 개방'으로 일컬어졌을 정도다.
물론 반발도 심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땠는가.
유통시장 개방으로 국내 업체들이 모두 망할 것이라고 했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미국의 월마트와 유럽 최대 업체인 까르푸는 토종 기업에 밀려 본국으로 철수하고 말았다.
한·칠레 FTA가 국내 과수농가를 피폐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그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다만 프랑스 등에서 수입되던 포도주가 줄어들고 칠레산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을 뿐이다.
대신 한국산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은 칠레 시장을 완전히 평정해 들어가고 있다.
담배시장이 개방됐지만 우려와 달리 KT&G는 우량 기업으로 변신해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메이저 영화사에 대한 직배 허용,일본에 대한 문화시장 개방 등도 문화 산업에 회생불능의 타격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오히려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돼 이제는 '한류'라는 브랜드를 단 수출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익원·김현석 기자 iklee@hankyugn.com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마저 "미국과 맺으려는 FTA는 말이 FTA지,실제론 경제통합으로 가는 것이다"라고 강조할 정도니 말이다.
항간에는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찬성론자들의 논리는 다르다.
우리 경제의 체력이 그 정도로 약하지 않은 데다 오히려 체질개선 효과를 거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지나친 비약이라는 주장이다.
○이득보다 손실이 큰가
한·미 FTA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전자 자동차 섬유 등 한국이 미국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는 일부 제조업을 제외하고는 모든 부문에서 피해를 보거나 산업 자체가 미국 자본에 넘어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 농산물 가격의 20~30%에 불과한 미국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면 농업생산이 40%가량 줄고,미국측 요구대로 값싼 복제약 수입이 제한을 받게 되면 제약업 생존이 위협받을 것이란 주장이다.
반대론자들은 산업이 종속되면 가격결정력이 미국에 넘어가 물가가 치솟고 실업이 증가할 것이란 극단적인 전망을 인터넷 이곳저곳으로 퍼나르고 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우려는 대부분 단기간에 빚어질 수도 있는 피해를 지나치게 부풀린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고민은 FTA의 이득은 천천히 나타나는 반면 피해는 당장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미 FTA 체결로 생산성이 1% 증대됐을 때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7.75% 높아질 것이라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전망이 반대론자들에게 먹혀들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한·미 FTA의 효과를 계량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규모의 경제 달성 △경쟁을 통한 체질개선 △투자유치 △안보강화 등 중·장기적 동태적 효과에 주목해줄 것을 당부한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어느 나라든 FTA를 논의할 때면 경제적인 효과를 과장해 전망하는 면이 있지만 실제로는 당초 기대했던 긍정적인 효과나 우려했던 피해가 그렇게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국가 구성원들이 시스템을 개선하고 혁신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FTA 성패를 좌우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은 "미국과 FTA협상을 하자고 제의한 25개 국가가 미국 경제에 종속되길 원해서 그런 제의를 했겠느냐"며 "미국과 FTA를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비용을 따져 보면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비스 산업 무너지나
반대론자들이 가장 강조하는 부문은 역시 한국이 경쟁 열위에 있는 서비스 유통 문화.FTA를 맺으면 시장을 미국 자본에 다 내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서비스 시장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 의도는 터무니없는 '장밋빛 전망'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개방만이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낮은 국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고 있다.
작년 131억달러에 이른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외부 충격을 받아서라도 서비스 분야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선 선진국 진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개방의 경험
한국은 개방을 발전의 계기로 삼은 경험이 많은 만큼 지나치게 겁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개방은 제조업 농업 서비스업은 물론 정부조달에 이르는 모든 분야의 산업이 일시적으로 개방돼 '제2의 개방'으로 일컬어졌을 정도다.
물론 반발도 심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땠는가.
유통시장 개방으로 국내 업체들이 모두 망할 것이라고 했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미국의 월마트와 유럽 최대 업체인 까르푸는 토종 기업에 밀려 본국으로 철수하고 말았다.
한·칠레 FTA가 국내 과수농가를 피폐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그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다만 프랑스 등에서 수입되던 포도주가 줄어들고 칠레산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을 뿐이다.
대신 한국산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은 칠레 시장을 완전히 평정해 들어가고 있다.
담배시장이 개방됐지만 우려와 달리 KT&G는 우량 기업으로 변신해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메이저 영화사에 대한 직배 허용,일본에 대한 문화시장 개방 등도 문화 산업에 회생불능의 타격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오히려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돼 이제는 '한류'라는 브랜드를 단 수출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익원·김현석 기자 iklee@hankyug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