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남북 관계,북·미,북·일 관계가 급랭해진 가운데 한·일 관계에도 먹구름이 잔뜩 형성됐다. 미사일 사태를 놓고 일본의 주요 장관들이 내놓는 발언들이'위험수위'를 넘었다고 판단한 청와대가 11일 일본 정부 차원의 '대북 선제공격 및 무력사용론'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선언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강경기조를 유지할 뜻을 분명히 해 일본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경우 한·일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전망이다.

○일 군사대국화,강경 대응

청와대는 일본이 이번 국면을 틈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의도적으로 긴장을 증폭시키고 이를 빌미로 군비확장과 군사대국화를 노린다고 평가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과 아소 다로 외상,누카가 후쿠시로 방위청 장관의 선제공격,무력사용 발언은 미리 조율한 인상을 준다"며 "의도적으로 긴장 고조에 나서는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오만과 망발에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각료들의 '막말'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한 회의에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해 회의내용을 현장에서 보고받은 사실을 공개한 것도 이런 강경 기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날 열린우리당 의원들과의 긴급 만찬 회동에서도 "일본의 태도는 독도 교과서 등재,신사참배,해저지명 등재 등에서 드러나듯 동북아 평화에 심상치 않은 사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뒤 "물러설래야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미사일 발사 이후 한·일 간 외교 공조 필요성을 감안해 일본에 대해 신중한 대응을 해왔던 태도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일,자위대에 선제공격권 부여 검토

일본은 이날 청와대의 대응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일일이 논평하지 않겠다"며 한 발 비켜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논란을 지폈던 누카가 방위청 장관은 "자위대에 선제 공격권을 줄지 여부를 여당 내에서 적극 검토해 나가야 한다"며 한 발 더 나아갔다.

공격을 받아 방어할 수 없는 때 적국의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도 말했다.

이번 사태를 자위대의 무력행사 정당화를 위한 빌미로 삼겠다는 속내다.

미국은 일단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일본신문과의 회견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한국 중국과 잘 지내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