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박일환 대법관 등 5명의 신임 대법관의 취임식이 열린 1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1층 대강당.법관이면 누구나 되고 싶어하는 최고의 자리에 선 이들은 취임사를 통해 저마다의 각오를 밝혔다.

'홍일점'인 전수안 대법관은 감개무량한 모습이었다.

그는 "기대할 때는 오지 않던 기회가 여러번 스쳐 지나가기에 그냥 무심히 바라보게 됐을 때 문득 저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소회와 더불어 문정희 시인의 시 '먼길'을 낭독하기도 했다.

이홍훈 대법관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밝힌 재판의 요체를 언급하며, "사건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능환 대법관은 "국민은 정직하고 공평하며 솔직하고 합리적이기를 기대한다"는 중국 법철학자 오경웅 박사의 말을 인용했다.

이날 이용훈 대법원장과 신임 대법관들은 모두 양복 차림이었다.

자칫 법복이 행사에 참가한 가족들에게 위화감을 주거나 권위의식으로 비쳐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모두들 밝은 표정으로 가족들과 사진을 찍었다.

그렇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송진훈 전 대법관(65·법무법인 태평양)은 "다섯 분 모두 훌륭한 분들이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대법관에 임명되는 날 하루만 기쁘고 그 다음날부터는 고생이라는 상황이 지금도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대법관 1인당 연간 담당 사건 수는 1718건으로 미국 연방대법관(87건)의 20배에 가깝다.

오죽했으면 대법관 3명을 18년 동안 차례로 보좌해온 법원내 최고참 최덕립 비서관(71)이 퇴임하면서 "대법관들이 일에 치이는 모습이 가장 안타까웠다"라고 했을까.

여전히 사법부를 바라보는 여론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국민들은 아직도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관예우 등의 말을 믿고 있다"는 강신욱 대법관의 전날 퇴임사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들이 6년 뒤 퇴임할 때 과거 대법관처럼 반성을 되풀이하기 보다는 취임사에서 밝힌 목표를 충실히 달성,임기내내 보람찬 하루하루였다고 고백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한다.

김병일 사회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