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 방향이 경기를 부양하는 쪽으로 선회함에 따라 앞으로 한국 증시가 정책함정(policy trap)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먼저 최근까지 경제주체들의 반대에도 불구,고집해왔던 기존의 정책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혼란이다.

게다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 여지도 현 시점에서 별로 없어 보여 경우에 따라서는 정책 남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경기 대책으로 가장 손쉽게 택하는 금리정책은 이미 콜금리를 올리고 있는 데다 금리와 총수요 간의 비탄력성(inelastic)이 개선되지 않아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 하더라도 부양 효과는 종전만 못하다.

금리정책 다음으로 쉽게 택하는 뉴딜식 재정지출 정책은 우리처럼 재정수지가 악화된 상황에서는 재원 확보부터 여의치 않다.

또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대책도 큰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

국채 매각 과정에서 시중금리를 상승시켜 민간수요가 둔화되는 이른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로 실제 성과는 커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정책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적자국채 발행에 따라 시중금리를 상승시키는 '유발효과'(bandwagon effect)는 의외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민간의 여유자금을 끌어들여 경기를 부양시키는 임대형 민자사업(BTL)과 수익형 민자사업(BTO)은 앞서간 영국과 일본에서 보듯이 성공의 열쇄인 리스료 책정이 추진 사업의 만기에 해당하는 국채수익률에 시장 참여자 간의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프리미엄을 얹는 식으로 정해서는 민간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힘들다.

이번 운용 방향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감세정책은 민간의 자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부양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해 보이나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래퍼 이론대로 감세가 효과를 거두기 위한 전제조건이 충족돼 있는지부터 먼저 점검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로 평가되는 수출을 진작시키기 위해 환율에 대한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내수 회복을 위해 정책수단이 제한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 정책은 십분 이해되지만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원화 가치마저 약세가 될 경우 자본 이탈을 촉진시켜 오히려 역자산 효과가 우려된다.

하반기 이후 인위적인 경기부양 수단이 제한돼 있다면 앞으로 우리 경기는 어디서 회복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인가.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세계적인 예측기관일수록 한국 경제가 가까운 곳에서 회복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이다.

바로 기업들의 현금보유분을 포함해 500조원에 달하는 민간의 유휴자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 내에 이처럼 막대한 유휴자금이 있다는 것은 자원배분의 기본도구로 채택하고 있는 시장경제가 그만큼 작동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현 정부가 남은 집권기간 최대 현안이 될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인위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정책은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작동될 수 있도록 우선순위별로 일관성을 유지하고,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해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해 불확실성을 느끼지 않도록 비전이 제시될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경제가 잘 작동되면서 경기가 살아나고 주가도 다시 상승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