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한 달을 맞은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삐거덕 소리를 내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위기 수습을 위해 구성된 비대위는 그간 개각과 김두관 전 최고위원의 공천문제 등 중요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내부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기로 한 사안이 언론에 흘러나가면서 내부 불신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근태 의장은 최근 자신이 회의석상에서 김 전 최고위원의 공천문제를 거론했다가 강한 반발로 '없던 일'로 하기로 했던 사안이 '함구령'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의장은 7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5·31 지방선거 이후 질서 있는 당내 토론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는데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며 "익명의 방패 뒤에 숨어 언론에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김 의장은 6일 비공개회의에서도 "이제 무서워 말을 못하겠다"며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장영달 의원은 "지도부가 당의장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되고 당의장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못하겠다는 사람은 지도부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일부 비대위원은 김 의장의 정치력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지도부 내 이견이 언론에 흘러나간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김 의장의 정치력"이라며 "김 의장은 개각이나 김두관 전 최고위원 문제에 대해 당내 분위기를 정확히 읽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이래가지고야 위기수습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