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다시 신발끈을 조여 매고 있다.
올 상반기 환율 하락과 고유가 등으로 실적이 부진했지만 하반기 공격적인 투자와 판매활동으로 올해초 세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다.
마치 월드컵 토고전에서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전반 실점을 후반전에 만회한 뒤 기어이 역전골을 터뜨려 사상 첫 원정경기 승리를 일궈내듯,'경제 태극전사'들도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이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사실 올 상반기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주요기업들의 실적은 기대에 못미쳤다.
환율하락과 고유가,다국적 경쟁업체들의 견제 등 영향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삼성의 경우 매년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던 휴대폰이 노키아 모토로라 등 글로벌 경쟁업체에 밀렸고 LCD패널도 원가하락으로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다.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늘었지만 총수 구속 등 각종 악재가 잇따르며 글로벌 경영에 차질을 빚었다.
LG도 주력인 전자와 화학부문이 맥을 추지 못하면서 실적부진의 몸살을 앓아야 했다.
포스코 역시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나마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이 상반기에만 190억달러 이상의 수주실적을 올리며 수익성을 강화했고 SK㈜ 에쓰오일 등 정유업체들도 지난해보다는 부진하지만 나름대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수출 주력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상반기 한국의 경상수지는 '0'에 머물렀다.
지난해 상반기 85억달러의 흑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만 한 성적표다.
하반기 경영환경도 밝은 편은 아니다.
국제유가는 상반기보다 소폭 높은 배럴당 68달러(북해산 브렌트유 기준)를 보이고 미국의 금리인상과 달러 약세기조 유지로 환율하락과 국내 금리 인상도 점쳐지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기조도 유지될 전망이다.
대한상의는 최근 발표한 하반기 업종별 전망에서 LNG선 원유시추선 등 수주호조를 보이는 조선이 전년 동기 대비 27.3%,휴대폰과 컴퓨터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15.9%,설비투자 확대로 기계업종이 16.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섬유 철강 석유화학 등은 수출 감소로 하반기 전망이 어두운 것으로 예상됐고 자동차 정유 건설 등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주요 그룹들은 그러나 악화된 경영환경을 탓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핵심역량 강화와 비상경영체제 가동을 통해 역전승을 노리고 있다.
하반기 총력 수출과 내수기반 강화를 통해 올해 세운 목표를 달성한다는 각오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주재로 사장단 회의를 갖고 환율하락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민감대응체제'를 구축하고 경쟁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삼성 고유의 '창조경영'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도 정몽구 회장이 상반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보석허가를 받은 데 힘입어 현대차 체코공장과 기아차 미국공장 등 표류하던 프로젝트를 다잡아 2006년 하반기를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는 시기로 만들기로 했다.
LG도 원가혁신 가속화,수익성 경영,연구개발 및 디자인역량 등 3대 경영목표에 박차를 가해 실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SK는 지난해부터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을 통한 성장'에 초점을 맞춰 올 하반기에도 해외 유전개발과 미국시장에 진출한 SK텔레콤의 힐리오 및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등의 성장기반 확보에 주력키로 했다.
포스코는 전사 차원의 원가절감 운동을 전개하고 자동차강판 등 전략강종 판매를 강화키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는 등 국내 기업들의 수출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하반기 조금만 더 집중적으로 시장개척과 핵심역량 강화에 나서면 올해 초 세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