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 공포가 진정되자마자 환율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동안 잠잠했던 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금리 인상 중단설과 일본 및 유럽의 금리 인상설이 맞물리면서 다시 급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0일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자 하루 동안 11원70전이나 하락한 데 이어 3일에도 4원 떨어졌다.

영업일 기준으로 불과 이틀 만에 15원70전(1.63%) 하락한 셈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중단될 경우 고금리를 겨냥해 미국으로 몰려들었던 국제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막대한 무역 적자를 고금리를 노린 해외자금 유입(자본수지 흑자)으로 메워왔던 미국의 국제수지 균형 전략에 금이 가면서 달러화 가치 하락(달러 약세)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모지나 리먼브러더스 환율전략가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지난달 말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 시사로 국제 투자자들이 미국 달러화가 아닌 통화를 매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유럽연합(EU)의 중앙은행인 ECB와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에 머물러 있는 국제자금이 유럽과 일본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으로 달러 약세 현상이 재차 부각되는 것은 '미국의 대규모 경상적자'로 상징되는 '세계 불균형(global imbalances)'에 대한 우려가 다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상적자는 지난해 8050억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4%에 달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