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이 당초 예상됐던 것보다 다소 앞당겨지게 됐다.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30일 학교급식과 외국어고 입시 혼란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사임하면서 비롯된 것이지만,내용적으로 보면 이주성 전 국세청장이 전격 물러날 때 조기 개각은 예고됐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전 국세청장이 갑자기 사퇴함에 따라 주요 부처 장관의 교체는 사실상 그때부터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였다.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의 반란을 감안하면 다수 국민의 경제,그 중에서도 특히 부동산문제와 교육문제를 놓고 현 정부에 최하의 점수를 줬다. 이 같은 여론을 받아들인 듯 김 부총리도 급식사고와 외고 모집제한 논란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지방선거 결과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당으로 돌아가 국회의원으로서 일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전 국세청장도 비슷한 언급을 했다. 내각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을 짐작케 해주는 사퇴 사유다. 형식적으로는 장기근무에 따른 자진 사퇴로 보이고 청와대도 그렇게 설명하지만 결국 경질쪽에 가깝다.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는 국세청장이 먼저 물러나면서 크게 술렁이기 시작한 공직사회를 이른 시일 안에 다잡고 임기 내에 주요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기 위해 개각을 다소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회가 정상화된 뒤 여유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내각 내 경제팀장과 교육팀장을 바꾼다는 방침으로 알려졌으나 시일을 조금 앞당긴 배경이다.

경제팀장과 교육팀장,청와대 정책 최고위급 참모를 교체하지만 국정운영 방식과 정책 방향에서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권오규-김병준-변양균씨 등 유력한 내정 후보들이 한결같이 현 정부 초기부터 경제와 교육정책의 골격을 짜온 인사인 데다 노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읽는 측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의 친정체제가 강화되고 주요 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입김이 더욱 직접적으로 미치게 됐다. 양극화 해소,한·미 FTA 추진,부동산시장 안정 등 선정된 주요 정책에도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다만 3개 부처와 정책실장 등 네 자리에 후보가 2명씩 올라간 상태여서 막바지에 이들 후보의 범위 내에서 자리바뀜은 있을 수도 있다.

한편 노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도 외부전문가나 새로운 인사를 수혈받지 못함에 따라 또다시 '아랫돌 빼서 위에 막기'니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와 교육부문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일반 국민의 바람을 충족시킬 만한 '구원투수'를 찾지 못했다는 얘기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