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속극으로 유명해진 다모(茶母)는 조선시대의 여형사였다.

당초 다모는 치안을 담당했던 포도청에 소속돼 포졸들의 식사를 담당하는 찬모나 다름없었다.

그러다가 남녀가 유별했던 당시 규방사건을 다루고,사대부 집을 염탐하고,여성피의자를 심문하면서 자연스레 경찰노릇을 하게 됐다.

특히 역모를 꾸미는 현장에서 범인을 잡아들이는 다모들의 솜씨는 보통이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그 후예들이 오늘 창설 60주년을 맞는 여자경찰이다.

여경의 역사는 미 군정시절인 1946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무부가 최초로 모집한 여경은 경위급 간부 16명과 순경 64명으로 모두 80명이었다.

이들이 7월1일 여성경찰국에 배속된 것이다.

짙은 자주색 치마에 점퍼식 상의를 입은 이들은 얼마나 인기가 대단했던지 거리에 나서는 날에는 구경꾼들이 몰려 교통경찰이 출동할 정도였다고 한다.

여경의 출발은 성공적이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늘 또한 깊게 드리워졌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여자경찰서가 11년 뒤 문을 닫았고,5·16 군사 쿠데타 이후에는 여경이 경찰직제에서 아예 빠져 버리기도 했다.

지금의 기틀이 마련된 것은 1972년 여성순경 공채가 도입되면서부터다.

여경의 위상은 경찰대학에서 입학생의 10%를 여성에게 할당하고,전국 지방경찰청에 '여자형사기동대'가 만들어지면서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수사·형사·정보업무는 물론이고,경찰특공대에도 여경이 배치돼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조직의 꽃'으로만 치부되던 여경들이 변방에서 핵심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경들은 특유의 섬세함으로 어려운 사건을 꼼꼼하게 처리하고 때로는 남성보다 더 강하고 날렵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여경의 경우는 다모처럼 다른 분야보다 여성들의 진출이 비교적 빨라 그 바램이 클 수밖에 없다.

악당을 물리치는 '원더우먼'이나 어디에 숨어 있는 적이라도 찾아내는 '소머즈'에서 보듯,우리 여경들의 멋진 역할도 기대해 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