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계가 내달 시행되는 '머니마켓펀드(MMF) 익일입금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형사는 형편이 그나마 낫지만 MMF 의존도가 높은 일부 중소형사는 수탁액이 급감하면서 회사 존립 자체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썰물처럼 자금이 빠져나간 중소형 운용사의 경우 이번 MMF 환매 과정에서 수익성이 크게 훼손돼 경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형 운용사 위기감 고조

MMF 잔액은 지난 26일 3조원 이상 감소해 68조원대로 떨어졌다.

27일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져 환매 신청액이 약 10조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유 현금이 부족한 중소형 운용사의 경우 법인고객과의 합의 하에 지급을 연기한 경우가 많아 실제 감소액은 신청액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전체 수탁액 중 MMF 비중이 큰 운용사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사인 M운용과 A운용 등의 경우 26일 하루 동안 MMF 환매 요청분이 총 MMF 잔액의 40%를 넘을 정도로 집중돼 곤욕을 치렀다.

27일에는 대형사인 L운용에도 2조원 가까운 MMF 환매 신청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MMF로 법인자금을 많이 유치했던 중소형 운용사들이 현금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MMF 자금 이탈이 회사 전체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46개 자산운용사 중 9개사는 지난 3월 결산에서 연간 순익(세전)이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고 4개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영세 운용사의 경영난이 올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CMA환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증권사들도 MMF제도 변경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은 큰 타격이 없지만 내년 3월부터 개인 MMF 계좌에도 익일입금제가 적용되면 자산관리계좌(CMA) 환매사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CMA는 고객의 돈을 단기로 운용해 돌려주는 상품으로 가상 계좌로 연결돼 있다.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해 직장인들에게 월급통장 대체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증권사별로 CMA 상품 투자대상은 MMF,환매조건부채권(RP),어음관리계좌 등으로 나뉜다.

이 중 MMF형 CMA를 취급하는 증권사는 삼성 우리투자 교보 한국 CJ투자증권 등이다.

내년 3월부터 개인들도 익일입금제 대상에 포함되면 CMA를 통해 MMF 계좌를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증권사 CMA담당자는 "금리에 민감한 CMA 가입자들의 특성상 MMF에 투자하지 않는 CMA로 대거 옮겨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해영·고경봉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