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보석이 법원에서 허가됐다. 현대차그룹의 경영정상화가 어느 정도 가능하리란 점에서 다행이라고 보지만 두 달이 넘는 경영공백만으로도 너무 큰 손실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기업인 구속에 대한 사법당국의 잘못된 판단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정 회장 구속 이후 현대차그룹의 경영 차질(蹉跌)은 이만 저만 큰 것이 아니다.

세계 톱5 진입을 위한 글로벌 경영의 일환으로 지난 4월 말 예정됐던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공장 착공이 무기 연기되었는가 하면 체코와 슬로바키아 공장건설계획도 차질을 빚었다.

게다가 미국을 비롯한 해외 판매망이 흔들리는가 하면 미국과 일본 경쟁업체들의 흑색선전마저 가세해 한때 위기상황으로 내몰린 것이 사실이다.

특히 현대차가 이번 독일 월드컵의 공식후원업체이면서도 최고경영자의 공백으로 인해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축제를 활용할 수 없었던 것은 특정 기업의 손실이라기 보다 국가경제의 엄청난 자산손실이 아닐 수 없다.

현대차 그룹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핵심을 이룬다.

국가기간산업인 자동차산업이 흔들릴 경우 우리 경제에 되돌아올 파장을 생각하면 아찔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동안 경제단체장들은 물론이고 수백만명의 경제인들이 정 회장의 불구속 탄원을 낸 것도 바로 그런 걱정 때문이었음은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재판부는 보석허가를 하면서 "불구속 재판 원칙을 구현하고,현대차그룹의 경영공백으로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요인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누구를 막론하고 불법이나 탈법행위는 철저히 가리되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는 기업인들의 인신구속은 신중(愼重)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한 바 있다.

이번 현대차 사태를 계기로 당국은 그런 원칙을 지켜 나가는데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

물론 현대차그룹도 반성해 볼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국가의 성장동력인 자동차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층 분발해야 할 것이다.

특히 파업을 선언한 현대차 노조는 즉각 파업계획을 철회하고 품질향상에 매진하는 것이 그동안 현대차를 걱정해온 국민들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