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사업 추진을 둘러싸고 찬반의견이 엇갈려 진통을 겪고 있는 서울 서초구의 일부 재건축 단지들이 이번에는 아파트 평형과 조합원의 추가분담금 등 중요 안건을 결정하는 관리처분총회의 의결 정족수 문제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재건축에 반대하는 해당 단지 일부 조합원들이 "재건축 개발부담금제 시행으로 조합원의 추가분담금 등 중요 안건이 변경된 만큼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돼 있는 관리처분총회 의결 정족수를 재건축조합 설립에 맞먹게 강화해 '조합원 3분의 2 또는 5분의 4 이상 동의' 등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집단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 발단이다.

이에 대해 재건축조합들은 "관리처분총회의 현행 의결 정족수는 정관에서 정한 것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 반대 조합원들의 요구대로 의결정족수를 강화하면 사실상 관리처분총회 통과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사업추진이 빠른 서초구의 상당수 재건축 단지 조합들은 재건축 개발부담금이 시행되는 오는 9월25일 이전에 관리처분총회를 열 계획이어서 이 같은 공방전이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잠원동 한신6차 재건축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는 "추가분담금 등이 바뀐 만큼 관리처분총회 의결 정족수를 높여야 한다"며 지난주 서초구청에 유권해석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다.

한신6차 비대위 관계자는 "임대주택의무건립 등으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추가분담금이 크게 늘었고 평형도 바뀌었다"면서 "이같이 재건축의 중요한 사항이 변경됐으므로 조합설립에 필요한 정족수로 내달 관리처분총회를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조합설립(재건축결의)을 위해서는 전체 조합원 5분의 4 동의가 필요하다.

서초동 삼호1차 역시 재건축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의결 정족수를 문제삼고 있다.

삼호1차 B단지(1∼4동) 관계자는 "건설교통부가 제시한 재건축 표준정관에서도 조합원의 재산권이나 비용부담 등의 중요 사항에 대해서는 '과반수 출석에 출석 조합원 3분의 2'로 의결하게 돼 있다"며 "오는 9월 예정된 관리처분총회에서 조합은 이 정족수로 의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합측에서는 "서울지역에서 대부분의 조합들이 총회 의결 정족수로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을 채택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미 정관을 만들 때 조합원들이 합의한 사항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호1차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이해 관계가 다른 몇몇 반대 세력이 조합원들을 선동하고 있다"며 "억지 트집으로 재건축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공방에 대해 건교부는 재건축 표준정관의 중요 안건에 대한 의결 정족수 강화는 단지 안내 사항일 뿐 강제 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개별 정관은 조합원들이 자율적으로 만들고 해석해서 시행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건축 전문가들은 지난 4월 수원지방법원이 경기도 과천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에 대해 일부 조합원들이 제기한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공사금액을 늘리고 평형 배정방법 등을 바꾼 것은 조합원 5분의 4 동의가 필요하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린 것을 주목하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