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환경부 등 3개 정부 부처가 연간 11조원에 이르는 교통세를 사업 재원으로 끌어오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휘발유 경유 등에 부과되는 교통세는 올해 말로 더 이상 걷지 않기로 돼 있던 한시적 목적세.그러나 정부가 세원을 포기할 리 없다.

정부는 결국 교통세를 계속 걷기로 결론 내면서 세금 명칭을 '교통에너지환경세'로 바꾸는 한편 세액의 일부를 산자부와 환경부에도 주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명분을 쌓기 위해서다.

3개 부처가 쟁탈전을 벌이게 된 배경이다.

물론 그동안 교통세 징수액을 거의 독식하다시피해 온 건교부는 '연고권'을 내세우고 있다.

대부분을 자기네가 가져다 쓰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산자부나 환경부가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리 만무하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3개 부처가 요구한 금액은 전체 세액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해당 부처들 사이에도 청와대나 총리실의 조정 역할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내가 더 가져다 쓰겠다'

산자부는 세금이 휘발유 경유에서 나오는 만큼 세금의 일정 비율을 에너지 확보에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고유가 상황에서 안정적인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선 향후 8년간 16조원이 필요한데 교통세에서 이를 일부 충당해 줘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환경부는 자동차 운행에 따라 대기 오염 등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자금이 교통세에서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엔 교통세 징수액 10조8000억원 중 14.2%가 일반 회계에 편입되고 나머지 85.8%(9조2600억원)가 도로 확장 등 건교부 사업에 배정됐다.


○부처 간 자율 합의는 기대 난망

각 부처에 얼마씩 배정할지는 합의의 근처에도 이르지 못했다.

우선 산자부는 9%의 배정을 주장하고 있다.

환경부는 구체적 금액이나 비율을 제시하고 있진 않지만 대략 20% 선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대부분을 써 온 건교부는 산자부와 환경부의 강한 요구를 의식,배정 비율을 낮춰줄 수는 있지만 그래도 75~80%는 건교부가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내세운 3개 부처의 요구액을 합치면 세액의 104~109%에 이른다.

게다가 세수 부족에 허덕이는 기획처는 이번 기회에 교통세 세수 가운데 일반회계 편입분을 더 늘려 보겠다는 입장이다.

3개 부처가 나눌 파이의 크기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기획처는 특히 9%를 요청한 산자부에 "1% 정도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자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도 세금 명칭에 '환경'을 맨 마지막으로 양보한 만큼 금액은 늘려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