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도자들이 올 들어 6개월 동안 아프리카 16개국을 순방하는 등 '검은 대륙'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1월 리자오싱 외교부장의 6개국 방문을 시작으로 4월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3개국을 찾았고 원자바오 총리가 24일 아프리카 7개국을 도는 8일간의 순방 일정을 마쳤다.

1월 초 아프리카와의 전방위적인 협력을 처음으로 명시한 아프리카 정책 백서를 내놓으면서 아프리카 경제외교에 시동을 건 중국은 11월 베이징에서 열릴 중-아프리카 포럼을 장관급에서 정상급 회의로 격상시키기로 하는 등 아프리카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원확보와 외교 영향력 확대가 목적


올해는 '중국 외교의 아프리카 해'라고 할 만하다. 원유를 비롯한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위한 총력 경제외교를 펼치고 있다.

원 총리가 이번 순방기간 중 우라늄 주요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민간핵기술교류 협정을 체결한 것이나 이집트와 석유 천연가스 통신 협력협정을 맺고 가나에서 금과 원목을 우선 공급받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후 주석이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기간에 중국석유천연가스총공사(CNPC)가 현지 유전 4곳에 대한 입찰 우선협상권을 받은 것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를 '국제사회 우군'으로 확보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

원 총리나 후 주석이 아프리카 정상들과 만난 뒤 내놓는 성명에 '대만은 중국의 분리할 수 없는 일부로 어떤 형식의 대만 독립도 반대한다'는 문구가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는 게 한 사례다.

○확실한 당근 제공

후 주석은 4월 아프리카 순방 때 사회간접시설 투자와 함께 원조 규모를 늘리고 현지인 교육 등을 통해 경제 개발 성공 경험을 전수하는 내용의 협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나이지리아 방문 때엔 현지 철도와 발전소 건설에 4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원 총리도 이번 순방 중 이집트에 5000만달러 차관과 1000만달러 원조를 약속했고,가나에는 통신시설을 위한 6600만달러 차관을 제공키로 했다.

중국에 원유를 두 번째로 많이 제공하는 나라인 앙골라엔 폐허 복구용 차관 20억달러를 30억달러로 늘려주는 한편 서해안의 도시에서 동부 광산지역에 이르는 1300km 철도 보수 공사도 돕기로 했다.

남아프리카에는 현지 섬유업체들의 경쟁력 제고를 돕는 차원에서 중국산 섬유제품의 대 남아프리카 수출을 2008년까지 자발적으로 제한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중국어 등을 가르치는 중국문화센터인 '공자학원'을 작년 말 케냐에 세운데 이어 원 총리 방문에 맞춰 남아프리카에도 문을 여는 등 문화 전파를 통한 친중(親中) 분위기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8억5000만명의 거대한 인구,지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땅덩어리를 가진 아프리카를 끌어안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아프리카 간 무역은 2000년 100억달러를 돌파한 뒤 지난해 397억달러로 급증하고 있다.

이로써 중국은 영국을 제치고 미국 프랑스에 이어 아프리카의 세 번째 교역상대국으로 떠올랐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