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부회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을 의식,몸을 낮춰왔던 신 부회장이 최근 계열사의 업무를 직접 챙기고 나서는 등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신격호 회장이 국내에서 계열사 보고를 받은 지난달,신 부회장이 미리 계열사 사장들로부터 업무보고 사항을 일일이 챙긴 게 단적인 예다.

그동안 신 부회장의 직·간접적인 지시에도 불구,좀체 움직이려들지 않던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예외없이 직접 보고에 나서 신 부회장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올초 그룹인사에서 창업주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계열사 고참 사장들이 대거 물갈이 되는 걸 지켜본 주요 계열사 사장들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최근 들어 사장단에 대한 '군기잡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3,4월께 식품업체 P사에 대한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검토계획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평소와는 달리 "기업 이미지에 도움이 안 되는 적대적 M&A는 하지 않는다고 누차 얘기했는데 왜 이런 보고를 올리느냐"고 역정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신 부회장의 업무 장악력이 강화되면서 신격호 회장은 예전과 달리 부드러워졌다는 얘기가 그룹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추궁이 뒤따를 만한 보고에도 별다른 질책없이 무사히 보고를 마쳤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장이 많다"며 "사장단 사이에 최근 신 부회장의 목소리 톤이 높아지는 것과 신 회장의 부드러워진 보고 스타일을 결부시켜 해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