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대의 MMF(머니마켓펀드)를 운용중인 한 자산운용사는 최근 MMF에 편입된 CD(양도성예금증서)와 CP(기업어음) 등을 팔아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바꿨다.

이 회사 MMF의 약 15%는 현금성 자산으로 채워져 있다.

내달 MMF 익일입금제 시행으로 고객의 환매 요구가 일시에 몰릴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익일입금제는 법인 고객에 한해 기준가를 MMF 가입 당일이 아닌 가입 다음날 기준가로 적용해 금리를 주는 제도다.

장중 호재가 발생할 경우 장 막판에 가입하는 '무임승차족'을 방지하자는 게 취지다.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자금을 맡긴 법인 입장에서는 가입 첫 날 수익을 날리게 돼 비슷한 상품인 은행의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 예금(MMDA)이나 종금사의 증권관리계좌(CMA)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며 "익일입금제 시행 초기에는 전체 MMF 잔액이 현재의 60% 수준까지 급감하는 상황도 각오하고 있다"고 전했다.

◆ 자금시장 혼란 우려 고조

익일입금제 시행을 앞두고 단기자금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업계가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MMF 환매를 위해 채권 매물이 일시에 쏟아지면서 단기 금리가 급등하고 자금 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상황이다.

MMF 환매가 단기간에 몰리면 현금화를 위해 단기채를 중심으로 매물이 급증하고 이는 채권가격 급락(금리 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MMF 잔액은 21일 현재 75조361억원으로 지난 16일 이후 9000억원 이상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 자금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수익률까지 나빠지면 익일 입금제와 관계 없는 개인들도 심리적으로 불안해져 MMF에서 자금을 빼낼 가능성이 있다"며 "이처럼 MMF 시장에서 '펀드 런(Fund Run)'이 일어나면서 일대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단기 금리인 3개월 만기 CD 수익률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서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 15일 4.41%이던 3개월 만기 CD 수익률은 5일 연속 상승해 23일에는 4.55%까지 올랐다.

이달 초 콜금리 인상의 영향이 크지만 MMF 시장의 불안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CD금리 급등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에도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이자율이 CD 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형 대출을 받은 고객들의 부담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일부 은행들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일시 정지한 상황에서 대출 금리까지 요동 칠 경우 부동산금융 시장은 더욱 냉각될 것으로 우려된다.

◆ 뾰족한 대책 없이 긴장감만 감돌아

MMF 판매사인 증권사들은 증권금융과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고민 중이다.

일단 가입 첫 날 MMF 자금을 증권금융에 예수금으로 맡기고 약 연3.6%의 금리를 받아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예수금은 예금보험 대상이어서 0.3%의 예금보험료를 내면 가입자가 받는 실제 금리는 연 3.3%에 그친다.

홍성용 삼성증권 상품개발파트장은 "가입자 입장에서 첫 날은 예수금으로,둘째날부터는 MMF 매입으로 회계 처리와 세금 계산을 이중으로 해야 하는데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 법인 자금이 MMF에 남아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장우 한국증권 상품개발부 차장은 "예금보험 한도가 5000만원에 불과한 데도 수억원대의 자금을 맡긴 법인 고객에게 전체 가입금액의 0.3%를 예금보험료로 뗀다면 이탈 자금을 붙잡아 두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