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난 후 국민연금 개혁 방안에 대해 열심히 공론화를 시도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관객 없는 무대에서 혼자 노래 부르는 것 같다. 연금 개혁 문제를 얘기해 달라고 초청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한다. 개혁 방안을 말하기 전에 몇 가지 짚어볼 게 있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보험료를 내면 기금을 운용하고 쌓아 놓았다 나중에 돌려주는 적립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9%의 보험료를 내고 60%를 받아가서는 기금이 견뎌낼 수 없다. 돈을 더 내든지,덜 받아가야 한다. 외관상으로는 적립 방식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상으로 보면 부과식이 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부과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설계됐다. 전문가들도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또 연금 제도를 처음 도입할 당시 고령자들은 완전히 제외시켜 원천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런 문제점이 저출산·고령화로 훨씬 일찍 불거졌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기초연금제는 정부도 그대로 받을 수 있는 안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기초연금제는 사각지대(연금의 혜택을 못 받는 노인 등 취약 계층)를 없앨 수 있지만 막대한 조세 부담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취임 후 석 달 동안 보건복지부 내에서 치열한 토론을 거쳐 절충안을 만들었다. 어느 선까지 양보하면 타협이 가능할까 고민했다.

우선 정부의 연금 지급 의무를 법으로 명시하는 것을 추진키로 했다. 독일은 연금 지급을 연방헌법에 사유재산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또 앞으로도 연금은 작은 개선들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프랑스처럼 상설 연금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려고 한다. 초정파적인 성격이다. 여기에서 만든 합의안을 국회로 보내자는 것이다.

보험료를 16%까지 올리는 것도 가입자나 기업들에 부담이다. 소득 대체율(연금 지급액)은 공적·개인연금 제도가 충분히 성숙하는 2030년까지는 50%로 내려 유지하고 이후 40%로 낮추자는 안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고령인구 비중이 어느 정도 안정화하는 2070년께 기금을 1년치 급여액의 6배 정도 쌓을 수 있다. 지금의 개정안은 2.7배 정도를 쌓게 돼 있다.

지역 가입자들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출산 크레디트(둘째를 낳으면 1년,셋째를 낳으면 1년6개월간 연금 보험료를 낸 것으로 치는 제도)나 군복무 크레디트(군 복무 기간만큼 연금 보험료를 낸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 같은 것도 도입할 수 있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도 65세 이상 노인의 45%(약 200만명)에게 월 8만원씩 지급하기 위해 노인복지법을 고치자는 안도 냈다. 국민연금법과 이 노인복지법을 패키지로 묶어 처리하면 된다.

그동안 연금 개혁에 대한 논의는 많이 했다.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