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덕분에 36살 늦깎이로 결혼도 하고….와인이 제 인생을 바꿔놨습니다."

프랑스 농림부 주최 '제5회 한국소믈리에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전현모씨(36).그가 우승자로 발표되는 순간,시상식장 곳곳에서 의외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결선 진출자 9명 중 나이도 두 번째로 많은 데다 와이너리(와인 제조업체)에 발 한번 디딘 적 없는 그가 젊은 '와인 유학생'들을 제쳤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전씨에겐 나름대로의 무기가 있었다.

26살부터 10년 동안 쌓아 온 풍부한 '실전 경험'이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96년에 하얏트호텔에 입사해 호텔맨으로 5년,와인 레스토랑 지배인으로 5년을 보냈습니다.

고객의 마음을 읽는데는 도가 튼 셈이죠.많이 안다고 해서 좋은 소믈리에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해서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게 소믈리에의 본분이죠."

2001년,와인 레스토랑인 '나무와 벽돌'에 지배인으로 입사하면서 그의 인생은 와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게 된다.

"집안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호텔을 그만뒀습니다. 구직 광고를 보고 와인 레스토랑에 무작정 원서를 냈죠.와인에 제 인생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시점입니다."

이때부터 와인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손님이 남긴 와인은 병바닥을 핥을 정도로 모두 마셨다.

독학으로 와인의 세계에 빠져든 만큼 남보다 갑절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틀에 한 병꼴로 와인을 마셔댔습니다. 한두 번 음주 단속에 걸려 가슴을 쓸어내린 적도 있었어요."

공을 들인만큼 와인 또한 전씨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줬다.

그가 와인 및 칵테일 등에 관한 교육을 위해 나가는 대학 강의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난 것.올 3월 전씨는 네 살 연하의 아내와 늦깎이 장가를 갔다.

"22살에 호텔 벨맨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서비스가 저의 천직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와인 소믈리에도 기본 마음가짐은 호텔 벨맨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해외 유학이나 이론 공부는 고객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방법을 먼저 터득한 다음에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