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을 떨치며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많다.

환경미화원 119구조대원 간병인 지하철기관사 음식배달원 생산직직원 등 꼽아 보면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런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라면 열심히 일하고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인데,이들의 진솔한 삶에 종종 가슴 뭉클한 감동이 느껴지는 것은 이런 때문일 게다.

새벽은 어둠을 거두고 빛을 가져오기에,하루의 희망이 서려있기에 부지런한 사람들에게는 새벽 이부자리가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새벽문을 열면 오복이 들어오고,새벽잠이 없으면 부자가 된다고 하는 우리 속담처럼 말이다.

사실 새벽잠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꼭두새벽 정화수 떠놓고 아들 딸 잘 되라고 빌었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하고,'군밤 사려' '찹쌀떡 사려'하는 장수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하다.

어디 그 뿐인가.

새벽기도를 하고 법당에서 백팔배를 하는 교인들도 자신과 사회를 위해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다.

그런가 하면 잠결에 문득 떠오른 심란한 생각으로 새벽잠을 설치기도 한다.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공장의 현장 책임자들이 옷핀으로 여공들의 살 안쪽을 찔러 새벽잠을 깨웠다는 얘기는 차라리 뒤로 묻어두고 싶다.

새벽잠은 무엇보다 설렘 속에서 깨어나기 일쑤다.

명절날 때때옷을 입고 싶어서,수학여행의 기다림을 참지 못해,그대의 얼굴이 그리워서 새벽 단잠을 이루지 못한다.

요즘엔 독일월드컵의 설렘 속에서 수많은 축구팬들이 새벽잠을 잊고 있다.

거리와 회관,음식점 할 것 없이 온통 함성 일색이다.

그런데 열혈팬들이 걱정이다.

경기에 따라 나타나는 승부욕과 긴장감,실망감 등으로 경기가 끝난 뒤에도 눈을 붙이지 못한다고 한다.

잠을 자는 동안은 피로물질이 분해되면서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인데,그렇지 못해 집중력과 기억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다.

아무쪼록 밤을 새우고서 하루 일과가 망가지는 김새는 일만은 피해야겠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