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면 모두 양쯔강에 빠져 죽을 각오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국 장쑤성 장자강시 랸싱군 얀장로에 위치한 포스코의 스테인리스 제강·열연공장 건설현장.첫 삽을 뜬 이후 19개월 만인 다음 달 완공을 앞두고 있다.

공장 인근의 바다 같은 양쯔강(최대폭 17km)은 그다지 바쁠 것 없다는 듯 유유히 흐르고 있지만 현장의 포스코 임직원은 예정된 공정을 완수하기 위해 매일 밤 12시를 넘기며 야근을 하고 있다.

"총알과 포탄만 날아다니지 않을 뿐 한마디로 전쟁터"라는 정길수 장자강포항불수강 총경리(사장)의 인사말부터 예사롭지 않다.

전철 생산기술담당 부총경리(부사장)는 '우향우(右向右)' 정신이 중국에서 재현되고 있다고 거들었다.

과거 포스코가 포항 모래벌판에 제철소를 건설할 때 실패하면 전 임직원이 사업장 오른쪽에 있는 포항 앞바다에 빠져 죽자고 각오를 다졌던 것이다. 따라서 전 부총경리가 언급한 '우향우 정신'은 완벽한 품질의 쇳물과 열연제품을 생산하는 스테인리스 공장을 짓지 못할 경우 양쯔강에 빠져 죽겠다는 것이다.

포스코가 중국 스테인리스 제강·열연공장 건설에 이처럼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공을 들이는 까닭은 뭘까.

무엇보다 장자강 제강·열연공장이 완공되면 기존 장자강과 칭다오의 스테인리스 냉연공장과 더불어 중국에서 스테인리스 일관제철소의 면모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스테인리스 쇳물,열연,냉연제품을 모두 생산한다는 얘기다.

포스코는 1998년 및 2004년부터 장자강공장과 칭다오공장에서 연산 40만t과 20만t의 스테인리스 냉연제품을 생산해 왔다.

냉연 소재인 열연강판은 한국에서 생산해 공급해 왔으나 장자강 제강·열연공장이 완공되면 중국 현지에서 직접 공급할 수 있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장자강 제강·열연공장 건설에 7억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부지 40만평에 연산 60만t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외국 철강 업체가 중국에 일관제철소를 짓는 것은 탄소강과 스테인리스를 통틀어 포스코가 처음이다.

중국 업계가 자국 철강산업의 처녀성을 빼앗긴 사업이라고 시기할 정도다.

더욱이 포스코는 장자강 스테인리스 제강·열연공장이 가동되면 연산 200만t의 국내 스테인리스 제강공장과 함께 전체 스테인리스 조강 생산량이 260만t 규모로 불어난다.

이는 스페인의 아세리녹스(330만t),독일의 TKS(300만t)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전세계 주요 스테인리스 업체들의 설비 증설과 대형화 추세에 적극 대응하면서 동시에 아시아 지역의 스테인리스 선두 주자로 나설 수 있는 양동전략이다.

이렇다 보니 이구택 회장은 올 들어 장자강 스테인리스 제강·열연공장 건설현장을 두 번씩이나 방문,직원들을 격려했을 만큼 애착을 가지고 있다.

덩치만 키우자는 게 아니다.

중국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산강철은 스테인리스 제강·열연공장을 완공한 후 결함 없는 스테인리스 냉연제품을 생산하는 데 27개월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이보다 훨씬 앞당긴 3개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자강(중국)=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