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22년째 CEO 김우황 제일화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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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황 제일화재 대표이사 부회장(65)은 요즘 '겹경사'를 맞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에 3연임된 데 이어 20일엔 사단법인 한국경영사학회로부터 '올해의 최고경영자(CEO) 대상'을 수상한다.
녹음 짙은 덕수궁이 내려다 보이는 제일화재 9층 집무실에서 만나 의례적이지만 연임과 수상 소감부터 물었다.
하지만 답은 의례적이지 않았다.
"갚아야 할 부채가 점점 늘고 있지요."
다소 선문답 같은 말이 돌아왔다. 무슨 뜻이냐고 다시 물었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데 직원과 가족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공은 모두 그들 몫"이란 설명이다.
그는 "경영자는 이익으로 말해야 한다"며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는 말에 걸맞게 회사를 경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1984년 내쇼날푸라스틱 싱가포르 법인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올해로 22년째 CEO를 맡고 있다.
평소 "유능한 경영자는 귀,유능한 사원은 입,유능한 중간관리자는 눈이 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랫사람의 말을 잘 들어야 하고,소신 있게 말할 줄 알아야 하며,주위를 잘 살펴 판단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김 부회장에게 CEO 대상을 준 한국경영사학회는 1986년 1월 출범했으며 이문선 한양대학교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다.
-장수 CEO가 갖고 있는 경영철학이 궁금한데요.
"CEO의 기본 책무는 종업원들에게 생존권,행복권,희망권을 주는 것입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요.
어떤 조직이든 에너지의 원천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이 최대의 파워를 내기 위해서는 구성원 각자의 힘을 얼마나 한곳으로 결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직원들 앞에서 조회를 할 때마다 신뢰와 믿음이 없는 예의는 아름답지 않다고 강조하곤 합니다."
-비보험인 출신으로 2001년 제일화재에 부임할 때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았지요.
"당시 제일화재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개선요구'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1991년부터 내셔날푸라스틱,호남식품 등의 제조업체를 경영해온 전문경영인이지만 금융업계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나 금융업계에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사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현재와 같은 안정된 모습으로 성장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요.
"그랬지요.
취임하자마자 국제적인 경영컨설팅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회사를 대대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의뢰했습니다.
회사 임직원의 우수한 능력과 자질을 살리고 조직 구조와 전략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을 과감하게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전국 32개 지점을 8개로 줄이면서 명예퇴직제를 실시해 인력을 슬림화했습니다.
뼈를 깎는 경영개선 활동이었습니다.
그 결과 1년 만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개선 계획의 성공을 인정받아 정상화됐고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경영정상화 후 추진하신 경영 성공사례를 소개해 주시죠.
"회사 체질을 개선하고 차별화된 신상품을 내놓는데 많은 신경을 써왔습니다.
보험료가 저렴한 '부부운전자 한정특약'은 2003년 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우수상품에 선정되기도 했죠.자동차보험 가입자가 많은 대도시에서 대부분 부부만 운전한다는 점을 착안해 개발한 상품이었습니다.
2004년엔 30,40대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3040 온라인 자동차보험',2005년엔 기독교인의 종교활동까지 보장하는 '크리스천 퍼스트 자동차보험'을 내놓았습니다.
올해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스쿨존 특약' '성장판 안심특약' 등 맞춤형 자동차보험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고객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회사가치 제고에도 큰 관심을 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2004년부터 '우리사주 갖기 운동'을 실시했습니다.
당시 회사 주식이 기업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정당한 평가를 받을 때까지 임직원들이 우리사주를 매입해 재무구조를 든든하게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회사 임직원들은 11억원 내외의 자금을 출연해 우리사주를 매입했습니다.
모든 임직원들이 회사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낸 일이었죠.그 덕분에 주식시장에서도 제일화재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지금 주가는 당시에 비해 4~5배나 오른 상태입니다."
-제일화재는 1999년부터 세실극장의 운영을 지원하는 등 문화 후원에도 적극적인데요.
'2001 기업메세나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아시다시피 오늘날 꽃피고 있는 대중문화와 달리 연극처럼 정통 있는 문화는 자생력이 매우 취약합니다.
세실극장은 영국성공회의 부속 건물로 건축가 김수근씨가 직접 설계해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10대 건축물로 선정된 곳입니다.
하지만 한때 폐관 위기에 처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연극인이 사재를 털어 극장을 지키려는 노력을 한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제일화재가 약간의 도움을 주기 시작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매월 극장 임대료를 지원하고 있고 극장의 운영주체인 극단 로뎀은 제일화재 세실극장으로 극장 이름을 개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임직원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좌우명이 있다면요.
"1971년 호남식품에 근무할 때 받았던 잠언카드를 아직도 지갑 속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카드를 내보이며) 비닐코팅했고 명함 크기 정도이지요.
'코카콜라 사원은'이란 제목 아래 세 가지 신념이 적혀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약속은 꼭 지킨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다 등이 주 내용입니다.
바로 마음의 신분증인 것이지요."
-지극히 평범한 신념으로 들립니다.
"부나 명예를 얻는 것도 큰 성공이지만 기본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 자체가 바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늘 임직원에게 무수히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 인생 최고의 덕목이라 강조하고 있습니다."
-약속을 누구보다 잘 지키신다던데요.
"대학에 다니던 아들이 어느날 제 건강을 걱정해 금연할 것을 약속해 달라고 합디다.
당시 저는 하루 너댓갑을 피우던 헤비 스모커였지요.
아들이 그렇게 걱정을 하니 나도 그러마하고 약속을 하고 말았지요.
그 날부터 지금까지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고 있습니다.
또 부임할 당시 회사가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골프를 치지 않겠다는 제 자신과의 약속도 여전히 지키고 있습니다."
-향후 제일화재의 발전을 위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제일화재는 기존 손보업계의 외형 중심 성장에서 과감히 탈피해 회사의 이익력(Earning Power)을 제고할 수 있도록 수익 위주 경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투명한 경영 원칙을 기준으로 사업비를 절감하는 조직으로 정비했고,저수익성 자산을 과감하게 처분했습니다.
향후 5년간 금융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보험회사 본업의 경쟁력과 내실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종합자산관리사'로 변신할 계획입니다."
-좀 더 구체화한 그림이 있나요.
"'BE THE FIRST 2010!'이라는 슬로건 아래 저는 △본업경쟁력 및 내실 강화 △조직의 최적화 △종합자산관리 회사의 기반 구축이라는 3단계 로드맵을 임직원에게 제시했습니다.
임직원 모두 변화의 출발점에 서서 비전을 공유하고 단계별로 경영 목표를 착실히 이행할 것입니다.
2010년에는 매출 1조5000억원,자산 2조5000억원,지급여력비율 200% 이상을 확보해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가진 '고객만족지수 1위 회사'로 성장할 것입니다."글=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
사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지난 15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에 3연임된 데 이어 20일엔 사단법인 한국경영사학회로부터 '올해의 최고경영자(CEO) 대상'을 수상한다.
녹음 짙은 덕수궁이 내려다 보이는 제일화재 9층 집무실에서 만나 의례적이지만 연임과 수상 소감부터 물었다.
하지만 답은 의례적이지 않았다.
"갚아야 할 부채가 점점 늘고 있지요."
다소 선문답 같은 말이 돌아왔다. 무슨 뜻이냐고 다시 물었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데 직원과 가족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공은 모두 그들 몫"이란 설명이다.
그는 "경영자는 이익으로 말해야 한다"며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는 말에 걸맞게 회사를 경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1984년 내쇼날푸라스틱 싱가포르 법인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올해로 22년째 CEO를 맡고 있다.
평소 "유능한 경영자는 귀,유능한 사원은 입,유능한 중간관리자는 눈이 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랫사람의 말을 잘 들어야 하고,소신 있게 말할 줄 알아야 하며,주위를 잘 살펴 판단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김 부회장에게 CEO 대상을 준 한국경영사학회는 1986년 1월 출범했으며 이문선 한양대학교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다.
-장수 CEO가 갖고 있는 경영철학이 궁금한데요.
"CEO의 기본 책무는 종업원들에게 생존권,행복권,희망권을 주는 것입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요.
어떤 조직이든 에너지의 원천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이 최대의 파워를 내기 위해서는 구성원 각자의 힘을 얼마나 한곳으로 결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직원들 앞에서 조회를 할 때마다 신뢰와 믿음이 없는 예의는 아름답지 않다고 강조하곤 합니다."
-비보험인 출신으로 2001년 제일화재에 부임할 때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았지요.
"당시 제일화재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개선요구'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1991년부터 내셔날푸라스틱,호남식품 등의 제조업체를 경영해온 전문경영인이지만 금융업계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나 금융업계에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사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현재와 같은 안정된 모습으로 성장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요.
"그랬지요.
취임하자마자 국제적인 경영컨설팅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회사를 대대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의뢰했습니다.
회사 임직원의 우수한 능력과 자질을 살리고 조직 구조와 전략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을 과감하게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전국 32개 지점을 8개로 줄이면서 명예퇴직제를 실시해 인력을 슬림화했습니다.
뼈를 깎는 경영개선 활동이었습니다.
그 결과 1년 만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개선 계획의 성공을 인정받아 정상화됐고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경영정상화 후 추진하신 경영 성공사례를 소개해 주시죠.
"회사 체질을 개선하고 차별화된 신상품을 내놓는데 많은 신경을 써왔습니다.
보험료가 저렴한 '부부운전자 한정특약'은 2003년 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우수상품에 선정되기도 했죠.자동차보험 가입자가 많은 대도시에서 대부분 부부만 운전한다는 점을 착안해 개발한 상품이었습니다.
2004년엔 30,40대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3040 온라인 자동차보험',2005년엔 기독교인의 종교활동까지 보장하는 '크리스천 퍼스트 자동차보험'을 내놓았습니다.
올해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스쿨존 특약' '성장판 안심특약' 등 맞춤형 자동차보험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고객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회사가치 제고에도 큰 관심을 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2004년부터 '우리사주 갖기 운동'을 실시했습니다.
당시 회사 주식이 기업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정당한 평가를 받을 때까지 임직원들이 우리사주를 매입해 재무구조를 든든하게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회사 임직원들은 11억원 내외의 자금을 출연해 우리사주를 매입했습니다.
모든 임직원들이 회사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낸 일이었죠.그 덕분에 주식시장에서도 제일화재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지금 주가는 당시에 비해 4~5배나 오른 상태입니다."
-제일화재는 1999년부터 세실극장의 운영을 지원하는 등 문화 후원에도 적극적인데요.
'2001 기업메세나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아시다시피 오늘날 꽃피고 있는 대중문화와 달리 연극처럼 정통 있는 문화는 자생력이 매우 취약합니다.
세실극장은 영국성공회의 부속 건물로 건축가 김수근씨가 직접 설계해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10대 건축물로 선정된 곳입니다.
하지만 한때 폐관 위기에 처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연극인이 사재를 털어 극장을 지키려는 노력을 한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제일화재가 약간의 도움을 주기 시작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매월 극장 임대료를 지원하고 있고 극장의 운영주체인 극단 로뎀은 제일화재 세실극장으로 극장 이름을 개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임직원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좌우명이 있다면요.
"1971년 호남식품에 근무할 때 받았던 잠언카드를 아직도 지갑 속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카드를 내보이며) 비닐코팅했고 명함 크기 정도이지요.
'코카콜라 사원은'이란 제목 아래 세 가지 신념이 적혀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약속은 꼭 지킨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다 등이 주 내용입니다.
바로 마음의 신분증인 것이지요."
-지극히 평범한 신념으로 들립니다.
"부나 명예를 얻는 것도 큰 성공이지만 기본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 자체가 바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늘 임직원에게 무수히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 인생 최고의 덕목이라 강조하고 있습니다."
-약속을 누구보다 잘 지키신다던데요.
"대학에 다니던 아들이 어느날 제 건강을 걱정해 금연할 것을 약속해 달라고 합디다.
당시 저는 하루 너댓갑을 피우던 헤비 스모커였지요.
아들이 그렇게 걱정을 하니 나도 그러마하고 약속을 하고 말았지요.
그 날부터 지금까지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고 있습니다.
또 부임할 당시 회사가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골프를 치지 않겠다는 제 자신과의 약속도 여전히 지키고 있습니다."
-향후 제일화재의 발전을 위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제일화재는 기존 손보업계의 외형 중심 성장에서 과감히 탈피해 회사의 이익력(Earning Power)을 제고할 수 있도록 수익 위주 경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투명한 경영 원칙을 기준으로 사업비를 절감하는 조직으로 정비했고,저수익성 자산을 과감하게 처분했습니다.
향후 5년간 금융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보험회사 본업의 경쟁력과 내실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종합자산관리사'로 변신할 계획입니다."
-좀 더 구체화한 그림이 있나요.
"'BE THE FIRST 2010!'이라는 슬로건 아래 저는 △본업경쟁력 및 내실 강화 △조직의 최적화 △종합자산관리 회사의 기반 구축이라는 3단계 로드맵을 임직원에게 제시했습니다.
임직원 모두 변화의 출발점에 서서 비전을 공유하고 단계별로 경영 목표를 착실히 이행할 것입니다.
2010년에는 매출 1조5000억원,자산 2조5000억원,지급여력비율 200% 이상을 확보해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가진 '고객만족지수 1위 회사'로 성장할 것입니다."글=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
사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