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는 개성공단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15일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개성공단을 방문했지만 근본적인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며 "노동 조건뿐 아니라 북한 노동자의 임금이 노동자 개인이 아닌 북한 정권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의문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 문제는 북한과 관련한 정치적 문제로 미국이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과의 FTA에서 역외가공 방식을 인정해준 것과 연관지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만약 한·미 FTA 협상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해도 결코 미국 의회의 비준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의약품 문제와 관련,"보건복지부가 미국 업계를 포함한 제약업체들과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약가산정 제도를 바꿔 얘기가 더욱 복잡해졌다"며 "미국 제약업체들의 혁신적 신약이 차별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FTA 협상에서 달성해야 할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시장 개방과 관련,"한국 정부의 자본시장통합법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한국 시장에서 기업 및 소비자를 위한 금융상품 개발을 더 쉽게 할 것"이라고 말해 미국 업계가 이번 FTA 협상을 통해 한국 금융서비스 시장 진출을 보다 가속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또 "한국이 선진국 소비자 가운데 가장 비싼 값에 농산물을 사먹고 있다"면서 "농산물 시장 개방은 소비자 혜택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농업도 전 부문이 개방 대상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의료 시장 개방은 미국 업계의 요구가 거의 없어 요구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1차 협상은 양측 모두 만족스러운 수준에서 끝났다며 2차 협상에서는 양측 양허안을 놓고 보다 힘든 협상(hard bargaining)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의 신속무역협상권(TPA)과 관련,지금 워싱턴의 정치적 상황을 봤을 때 TPA 연장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내년 3월 말까지 양국이 협상을 타결해야 FTA 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