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건설사업관리(CM) 전문업체인 한미파슨스(사장 김종훈)에 특별한 해다.

정부가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부실공사 사고가 잇따르자 1996년 건설산업기본법에 근거 규정을 마련,CM시장의 빗장을 연 지 꼭 1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오는 18일 창립 열돌을 맞는 한미파슨스는 설립 이후 줄곳 국내 CM시장을 선도,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체로 꼽힌다.

CM(Construction Management)이란 공공·민간 건설사업의 발주자인 정부 지방자치단체 일반기업 등을 대신해서 사업기획부터 설계,시공,준공 이후까지 전체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대행'해주는 업무다.

한마디로 건축주 입장에 서서 프로젝트를 총괄 관리해주는 '토털캐어 서비스'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생소한 사업영역이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대형공사가 많은 중동 등지에서는 건설시장 확대와 함께 덩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미국의 벡텔,파슨스,터너 등은 해외 초대형 공사를 좌지우지하는 세계적인 CM기업들이다.

◆국내 CM시장 선도

한미파슨스는 1996년 미국 파슨스와 합작형태로 설립됐다.

창업 당시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CM에 대한 인식이 낮은 속에서 대형 건설사들은 발주처 대신 공사과정 내내 '사감선생님'처럼 잔소리를 하고 감시하는 CM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한미파슨스가 이 같은 척박한 환경을 딛고 10년 동안 꿋꿋이 CM시장을 개척하면서 쌓아올린 성과는 대단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성지인 상암동 경기장을 비롯해 부산 신항만,거가대교(부산 가덕도~경남 거제 장목면) 등 초대형 토목공사의 CM용역을 수주했으며 최근 1~2년새에는 강원도 대관령 알펜시아 리조트,대전 은행동 재개발사업,무안기업도시 등 대규모 개발사업의 CM을 도맡아 따냈다.

대관령 알펜시아 리조트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겨냥해 강원도개발공사가 개발하는 리조트단지로 사업비 1조1000억원에 CM용역비만 200억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전남 무안군 일대 1220만평 부지에 건설하는 무안기업도시 프로젝트도 개발사업비가 2조7000억원이나 된다.

주택개발 쪽에서도 도곡동 타워팰리스,삼성동 아이파크,더샵 스타시티,부산 센텀파크 등 내로라하는 고급 초고층 주택단지는 대부분 한미파슨스의 손을 거쳤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대규모 공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인들이 짓는 단독주택 빌라 별장 등의 소규모 주택,의료시설·종교시설 등 전문건축물,오피스·상가·레저시설같은 수익형 부동산개발 등에도 CM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요즘은 부동산개발 업체들의 인식이 높아져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건설에서도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미파슨스는 이 같은 성과를 발판으로 창립 이래 연평균 20%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최대인 713억원의 수주액을 올려 세계 50위 CM기업 반열에 올랐다.

선진국의 CM산업 역사가 30년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비약적인 발전이다.

올해 건설용역 수주 목표액은 작년보다 37% 늘어난 1000억원에 이른다.

일반공사 수주액으로 환산하면 약 5조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를 위해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 등의 대규모 국책사업의 CM용역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앞서 한미파슨스는 과학기술부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4275억원을 들여 진행 중인 경기도 과천의 '국립과학관'사업,정보통신부가 4306억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상암동 DMC단지의 '누리꿈스퀘어(IT콤플렉스)'등의 공공개발사업 CM을 수주해 시행 중이다.

◆월드컵경기장에서 진가 발휘

한미파슨스의 이 같은 도약에는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건설사업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프로젝트는 착공이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늦어져 월드컵 개최까지 준공이 가능할지가 극히 불투명했지만,한미파슨스는 부실공사 시비와 안전사고 한 건 없이 공사 기간을 4개월이나 앞당겨 준공시켰다.

이 회사의 솜씨는 경기장 사후관리에서도 빛을 발했다.

초기 기획단계에서 월드컵 이후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한 한미파슨스는 경기장 내에 쇼핑몰 등 다양한 상업시설을 배치하자고 제안,이를 성사시켰다.

이에 따라 상암동 경기장은 전국의 다른 경기장들과는 달리 흑자기조를 구축,수도권 명물로 자리잡게 됐다.

한미파슨스의 성공 요인은 두터운 전문인력이다.

350명의 임직원 가운데 41%인 143명이 건축사,기술사 등 건설분야 최고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의 임직원 자격증 보유비율이 평균 20%선인 것에 비하면 곱절이나 높은 수치다.

학력도 석·박사 이상 학력자가 전체의 21%(73명)에 이른다.

◆동남아·중동 등 해외진출도 활발


한미파슨스는 국내 CM사업 성공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02년 중국 상하이에 대표사무소를 설립한 이후 한샘 베이징공장,중국 선전 CPT공장,상하이 인근 창슈의 홀리데이인호텔 플라자,상하이 한국인학교 등의 CM용역을 잇따라 수주하는 등 서서히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선전 CPT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인 430t의 유리용해로를 가진 TV브라운관용 특수유리 생산공장으로 건설공정이 특히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하지만 CM을 통해 공기를 당초 예정보다 4.5개월이나 앞당겨 관련 업체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한미파슨스는 2003년부터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동남아와 중동지역 12개국에 진출해 학교·도서관·보건소 등의 CM서비스를 수행 중이다.

김종훈 사장은 "현재 10% 정도인 해외시장 매출을 2010년까지는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해외사업 확대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