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은 지난 4월 부산 중앙동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새로 설립했다.

기술개발에 대한 한진중공업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술연구소를 비롯해 기본 선체 선장 기장 전장 등 각 상선 설계부서와 특수선 설계실이 입주,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시설 규모로는 경쟁사에 밀리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로 이름을 지켜갈 수 있는 건 무엇보다 R&D에 대한 집념과 조선 기술의 산실이라는 자부심,체계적인 기술개발 시스템,끊임없이 한계를 극복해내는 생산공법의 개발 및 적용 등에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 산업계에서 가장 많은 '최초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한진중공업은 1995년 아시아 최초로 멤브레형 LNG선을 건조,한국이 이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매년 컨테이너 적재 수량을 경신해 세계 최강의 컨테이너선 전문 조선사라는 명성을 얻었으며 최근에는 선박의 대형화 고속화 및 IT화를 선도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표면효과선(SES)의 설계건조 기술과 국내 유일의 수륙양용 공기부양선(Hovercraft)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같은 고속선 설계 및 건조 기술을 적용해 1990년대부터 해면효과익선(WIG) 개발에 착수,기반기술을 확보했다.

한진중공업은 한국 최초의 방위산업 조선소로서 1000여척의 국내외 함정을 건조했으며 지난해에는 대양해군의 주력함인 독도함(LPX대형수송함)을 진수했다.

현재는 공기부양 상륙정인 LSF-II의 첨단 설계 및 건조를 진행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공법을 잇따라 개발해냈다.

기존의 소형 블록 탑재 방식을 대형 탑재방식(grand pre-erection 공법)으로 바꾸어 작업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특히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바다 속 물밑에서 용접하는 방식의 댐(DAM)공법으로 '도크보다 큰 선박은 지을 수 없다'는 조선 기술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기도 했다.

한진중공업은 국내 최초로 입열량조절가능 수직자동 용접법(EGW)을 개발했다.

8100TEU 컨테이너선의 경우 외판의 두께가 75mm 이상의 고장력강을 사용하고 있어 기존 CO2 용접법으로는 수십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새로운 용접법인 EGW기법으로 작업하면 최대 105mm 두께까지 적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용접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예를 들어 75mm 철판 10m를 용접하는 데 종전에 300시간이 소요됐다면 현재는 30시간 이내로 단축한 것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