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활동에 고객을 향한 혼을 담아라."

LG그룹의 연구개발에 대한 집념은 구본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대전 LG화학연구소에서 열린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단계에서부터 혼이 담겨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전자·화학 중심의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만이 살길이라는 인식에서다.

○연구개발 인력과 투자 대폭 늘려

LG는 올해 R&D분야에 3조2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내년에는 4조1000억원 등 2년간 총 7조3000억원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 1만9500명 규모인 연구개발인력도 내년까지 석·박사급 인재 1만1000명을 포함,2만45000명으로 26% 늘린다.

이를 통해 전체 임직원 중 연구인력 비중을 올해 초의 16%에서 내년에는 19%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계열사별로는 LG전자가 해외 우수인재를 포함,연구개발 인력을 1만3000명으로 늘린다.

1999년 불과 4400명에 그쳤던 R&D 인력이 7년 새 3배로 늘어난 것.연구개발자가 LG전자 국내외 임직원(7만3000명) 6명 중 한 명꼴인 셈이다.

개발비도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1조4000억원으로 늘려 유럽,중국에 이동단말기 연구센터를 추가하는 등 글로벌 6대 거점 R&D센터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대전 기술연구원에만 1700여명의 전문연구 인력이 활동하고 있다.

이 중 박사비율이 22%에 이를 정도로 국내 최고수준의 연구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재 정보전자소재 등 분야별 연구개발을 통해 현재까지 3300여건의 특허를 획득했다.

○R&D성과 속속 가시화

디스플레이 산업,휴대폰,시스템에어컨,화학소재 등 주력분야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해 온 연구개발 노력이 최근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32인치 슈퍼슬림TV 출시를 시작으로 세계 최초의 화상회의폰,세계 첫 타임머신TV,지상파 DMB폰 등 세계 최초 수식어가 붙은 최첨단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월 평균 1개 이상의 세계 최초 첨단기술을 선보이고 있는 셈.LG전자가 전통적으로 강한 디지털가전분야에서도 저소비전력으로 삶은 세탁 효과를 내는 '듀얼분사시스템' 트롬세탁기 등 끊임없이 진화하는 새 모델을 내놓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가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LG전자의 연구개발성과가 돋보이는 분야는 디지털TV 관련 원천기술.LG전자는 미국식 디지털TV 표준규격의 원천기술을 확보해 향후 짭짤한 특허수입이 기대된다.

미국 자회사인 제니스가 보유하고 있는 지상파 디지털방송 전송규격인 VSB의 원천특허의 경우 수년 내 도시바 샤프 소니 등 세계 1300여개 TV세트업체들로부터 1억달러 이상의 로열티를 받게 될 것으로 LG전자는 기대하고 있다.

LG화학도 성과물을 속속 내놓고 있다.

1999년에는 일본 기업이 세계를 장악하고 있던 2차 전지,편광판 등 고난도 복합기술을 오랜 연구 끝에 독자적으로 개발해냈다.

최근에는 휴대폰,디스플레이 소재 등 IT분야의 제품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 LG필립스LCD도 지난 3월 TV용 세계 최대규격인 100인치 LCD패널을 개발,기술력을 과시했다.

5월에는 14.1인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성공하는 등 전자,화학 부문의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LG 관계자는 "디스플레이,전자소재,디지털가전,화학 등 그룹의 핵심부문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비용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전자와 화학중심의 글로벌 리딩그룹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